문화·스포츠 스포츠

[평창 G-10] '천재 스노보더' 클로이 김 "부모님 나라서 열리는 올림픽 맘껏 즐길래요"

女 하프파이프서 첫 만점…"아빠 헌신 없었다면 지금의 나도 없어"

수업 때마다 데리고다니신 아빠

무섭게 연습시켜 싫기도 했지만

커갈수록 점차 스노보드 좋아져

할머니 앞에서 처음 경기…설레

미국에서 열린 엑스게임 경기 후 포즈를 취한 클로이 김.     /사진제공=세마스포츠마케팅미국에서 열린 엑스게임 경기 후 포즈를 취한 클로이 김. /사진제공=세마스포츠마케팅


“태어나 한 번도 제가 천재라고 생각한 적 없어요. 그저 좋아하는 일을 재밌게 하다 보니 좋은 결과가 따라오는 것 같습니다.”

2000년생인 미국 여자 스노보드 대표팀의 재미동포 선수 클로이 김(18)은 2018평창동계올림픽에 참가하는 2,925명 가운데 가장 주목받는 선수 중 하나다. 원통을 반으로 잘라놓은 듯한 경기장에서 펼치는 인기 종목인 하프파이프에서 클로이 김은 금메달 0순위로 꼽힌다. 글로벌 매체 타임이 뽑은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대’ 30명 명단에 지난해까지 3년 연속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인스타그램 팔로어 16만명이 말해주듯 세계적인 소셜미디어 스타이기도 하다.

평창올림픽 개막(2월9일)을 손꼽아 기다리는 클로이 김을 최근 e메일로 인터뷰했다. ‘스노보드 천재’라는 별명에 대해 “나는 재밌게 스노보드를 타왔을 뿐”이라고 한발 물러선 그는 “평창올림픽에는 지금과 다른 머리색깔을 하고 나설 것”이라는 남다른 각오를 밝히기도 했다. “지금 머리색깔은 블론드(금발)인데 조금 더 밝게 실버(은색)에 가깝게 염색하고 나가려고요.”

클로이 김이 지난해 12월 미국 콜로라도주에서 열린 스노보드 하프파이프 듀투어 챔피언십 경기에서 화려한 묘기를 선보이고 있다.  /브레킨리지=AP연합뉴스클로이 김이 지난해 12월 미국 콜로라도주에서 열린 스노보드 하프파이프 듀투어 챔피언십 경기에서 화려한 묘기를 선보이고 있다. /브레킨리지=AP연합뉴스


세 자매 중 막내인 클로이 김은 10대 소녀답게 화장과 염색·패션에 관심이 많다. 자동차회사 도요타의 후원을 받는 그는 국내 화장품 회사와 계약하는가 하면 패션매거진 보그에 소개되기도 했다. 미국 내 올림픽 주관방송사인 NBC는 평창올림픽 예고 영상의 첫머리에서 클로이 김을 소개하고 있다. 한국팬들은 오는 2월12일(예선)과 13일(결선) 휘닉스 스노경기장에서 펼쳐질 평창올림픽 여자 하프파이프 경기에서 평창의 설원을 연상시키는 클로이 김의 은발을 확인할 수 있다. 그는 “스노보드 경기장은 대부분 산에 있지만 나는 도시생활을 더 즐기는 편이다. 평창올림픽이 끝나면 서울에 꼭 들러 재밌는 가게들을 찾아다니며 쇼핑하고 싶다”고 했다.


클로이 김은 “생애 첫 올림픽이자 부모님 나라에서 열리는 올림픽이다. 평창올림픽은 내게 특별할 수밖에 없다”면서 “제가 선보이려는 모든 기술을 실수 없이 잘하는 게 목표”라고 강조했다. 그의 부모는 한국인이다. 아버지 김종진씨는 1982년에 단돈 85만원을 가지고 미국 이민을 떠났다. 네 살 때 스노보드를 처음 접한 딸이 2년 뒤 전미선수권 3위에 오르자 직장을 그만두고 딸 뒷바라지에 전념했다. 스위스 유학에도 따라가 매일같이 새벽을 깨웠다. 산악열차를 놓치지 않기 위해 새벽4시에 이동하고 밤11시에 돌아오는 생활을 2년간 이어갔다. 클로이 김은 “아빠의 헌신이 없었다면 지금의 나도 없었을 것”이라고 말한다. “아빠는 저 혼자 스노보드 배우러 가는 것을 늘 걱정하셨다. 그래서 항상 직접 데리고 다니셨다”며 “담요에 꽁꽁 싸인 채 겨울밤을 차로 달려 경기장에 가던 기억이 생생하다”고 했다. 그는 “어릴 때는 아빠가 무섭게 연습시켜서 가끔 스노보드가 싫을 때도 있었다. 하지만 커가면서 사람들의 칭찬을 듣다 보니 스노보드가 다시 좋아졌다”고 털어놓았다. 지금은 한국에 사는 할머니 앞에서 처음 경기를 한다는 기쁨에 벌써 설렌다고 했다.

관련기사



2014소치올림픽에 연령제한 때문에 참가하지 못한 클로이 김은 지난 28일 미국 콜로라도주에서 열린 윈터 엑스게임에서 92.33점으로 우승하며 평창올림픽 준비를 마쳤다. 2연속 1,080도(세 바퀴) 회전이 전매특허인 그는 “평창에서도 1,080도 연속회전 기술을 멋지게 잘해내고 싶다. 이 기술을 눈여겨보면 재밌을 것”이라고 했다. 2016년 US그랑프리에서는 여자 선수 최초로 이 기술에 성공해 사상 처음으로 100점 만점을 받기도 했다.

클로이 김은 경기장 안팎에서 늘 되뇌는 말이 있다고 했다. “바로 ‘즐기자’예요. 어떤 일이든 재미가 없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해요. 평창올림픽도 마음껏 즐기겠습니다.”



양준호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관련 태그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