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내 수입차 시장의 베스트셀링 모델은 총 9,688대가 팔린 BMW의 대형 세단 520d다. 렉서스의 대표 하이브리드 차량 ES300h에 이어 3위를 차지한 모델은 메르세데스-벤츠의 E220d로 6,232대 팔렸다. 디젤 게이트의 여파 속에서도 식을 줄 모르는 수입 디젤 세단의 인기를 보여준다. 하지만 올해는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폭스바겐이나 아우디의 새 모델이 나와서가 아니다. 수입 대형 세단의 대항마인 제네시스 G80의 디젤 모델이 본격 출시되기 때문이다. 경쟁 모델보다 1,000만원 이상 저렴한 가격에 성능은 더 좋은 G80 디젤이 수입 디젤 세단은 물론 커지고 있는 수입차 시장 전반에 제동을 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현대자동차는 고급차 브랜드 제네시스가 G80 디젤 모델을 출시하고 본격적인 판매에 돌입한다고 29일 밝혔다. 국내 대형 세단 중 디젤 엔진을 탑재한 첫 모델이다. G80을 통해 BMW 520d, 벤츠 E220d와 제대로 붙어보겠다는 게 제네시스의 전략이다.
스펙 면에서는 단연 G80이 앞선다. 2.2리터 e-VGT엔진과 8단 변속기의 조합은 최고출력 202마력, 최대토크 45.0㎏·m의 힘을 내뿜는다. BMW 520d가 190마력, 40.8㎏·m, 벤츠 220d가 194마력, 40.8㎏·m 성능과 비교하면 한 체급 높은 수준이다.
대형 세단과 디젤엔진의 조합에서 가장 큰 걸림돌은 진동과 소음. 하지만 제네시스 측은 G80의 정숙성은 동급 최고라고 자부한다. 단순히 차량 내부의 흡차음재를 많이 달았기 때문만은 아니다. G80에 탑재된 진동 저감형 토크 컨버터는 엔진 회전과 반대 방향으로 회전해 탑승자에게 전달되는 진동을 완충시켜 준다. 실내 소음 저감장치는 엔진 소음 및 노면 소음과 상반되는 파장을 일으켜 소음을 상쇄시킨다.
역설적으로 G80 디젤은 G80의 전 모델 중 가장 친환경적이기도 하다. 배출가스 중 질소산화물(NOx) 저감에 효과적인 ‘요소수 시스템’을 적용해 국내 대형 세단 최초로 강화된 유로6 배기 규제를 충족시켰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1㎞당 138g(2륜구동/18인치 휠 기준)로 G80 모델 중 가장 낮다. 복합연비는 13.8㎞/ℓ로 3.3터보 가솔린 모델보다 60% 가량 효율적이다.
G80 디젤 가격은 럭셔리 트림이 5,170만원, 프리미엄 럭셔리 트림 5,700만원으로 책정됐다. BMW 520d와 벤츠 E220d의 공식 가격은 각각 6,330만원, 6,960만원이다. 딜러 할인을 감안해도 G80이 1,000만원 가량 저렴하다.
수요가 높은 디젤 모델 출시로 제네시스의 대표 모델인 G80의 판매량도 늘어날 전망이다. 지난해 제네시스 G80의 국내 판매량은 3만9,762대로 2016년 출시 첫 해 4만2,950대(기존 제네시스 포함)에서 뒷걸음질쳤다. 수입 대형 세단의 디젤 모델 판매 비중은 60%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