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장중 2,600선을 넘어서는 활황세를 보이며 증시 유입을 기다리는 고객예탁금이 사상 처음 30조원을 넘어섰다. 가상화폐로 몰렸던 개미투자자들이 각종 규제와 해킹 사고까지 겹치자 다시 증시로 눈을 돌릴 것이라는 기대도 커지고 있다. 특히 개인투자자 비중이 높은 코스닥으로 자금이 몰리면서 지수를 1,000까지 끌어올릴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29일 한국거래소와 금융투자협회 등에 따르면 최근 증시 주변 자금이 사상 최고치를 잇따라 경신하고 있다. 증시 대기자금인 고객예탁금은 1년 전(26일 기준) 21조2,503억원에서 30조6,286억원으로 44.13%나 급증했다. 증시 유동자금인 머니마켓펀드(MMF)도 116조7,898억원으로 이달 초 대비 18.3%나 늘었다.
예탁자산이 10만원 이상으로 최근 6개월간 최소 한 차례 실제 거래가 이뤄진 주식 계좌를 뜻하는 주식거래활동계좌 수도 증가 추세다. 25일 현재 2,507만개로 사상 최고 규모를 기록하고 있다. 전체 경제활동인구 수(2,733만6,000명)에 육박하는 숫자이기도 하다. 증시 상승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8월 한때 감소세를 보였지만 이후 꾸준한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코스닥이 뒤늦게 상승하기 시작했던 11월부터는 매월 20만개 이상씩 주식거래활동계좌가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이 같은 자금의 대부분은 개미투자자들의 주머니에서 나온 것으로 파악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들어 26일까지 코스피·코스닥·코넥스 시장에서 개인투자자의 거래대금은 46조9,842억원으로 전체 거래대금(296조2,597억원)의 71.2%에 달했다. 지난해 8월에는 59.4%로 60%에도 미치지 못했었다.
코스피지수가 사상 처음으로 장중 2,600선을 돌파한 29일 서울 중구 KEB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코스피지수는 기관과 외국인의 동반 매수세에 힘입어 개장 이후 상승 흐름을 타고 장중 2,607.10을 터치하며 전 거래일 세웠던 장중 최고치 2,574.76을 갈아치웠다. 오후 들어 상승세가 둔화된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23.43포인트(0.91%) 오른 2,598.19로 장을 마쳤고, 코스닥지수도 5거래일 연속 상승하며 전날보다 13.93포인트(1.53%) 오른 927.05로 마감했다. /사진제공=KEB하나은행
이 같은 열기는 증시 상승과 함께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코스피는 지난 25일부터 연이어 사상 최고치를 돌파한 끝에 29일에는 장중 한때 2,600 고지마저도 넘어섰다. 코스닥도 2002년 3월 이후 16년여 만에 927.05까지 오르는 등 강한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이날 코스피는 0.91% 오른 2,598.19를 기록했고 코스닥은 1.53% 상승한 927.05로 마감했다. 코스피 랠리는 최근 반도체를 중심으로 정보기술(IT)주가 상승세로 돌아서며 투자심리가 개선된 것이 주요인으로 풀이된다. 지난주 말 뉴욕증시에서 주요 지수가 모두 사상 최고치로 마감하는 등 미국 증시가 호조세를 이어간 것도 긍정적인 영향을 줬다. 유가증권시장에서 기관과 외국인은 각각 3,599억원, 3,235억원 순매수하며 3거래일 연속 ‘쌍끌이 순매수’ 행진을 이어갔다. 코스닥시장에서는 셀트리온의 이전 상장 이후 3월 코스피 200편입 가능성이 유력해지며 오랜만에 셀트리온 3형제가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코스피와 코스닥의 가파른 상승세에 고점에 대한 부담도 제기되지만 기업 실적과 경기 회복세라는 동력 덕분에 적어도 상반기까지는 증시 강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코스피 상장사들의 4·4분기 영업이익은 150조원으로 전 분기에 비하면 증가폭이 줄었지만 여전히 사상 최고치 경신이 기대되고 있고 올해 코스닥 상장사들의 영업이익 증가율은 코스피를 뛰어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외 증시에 비해 매력적인 가격이라는 분석이다. 마주옥 한화증권 연구원은 “올해 말 기준 국내 주식시장의 주가수익비율(PER)과 주가순자산비율(PBR)은 각각 9.7배, 1.09배에 불과해 해외 증시에 비해 여전히 매력적인 밸류에이션”이라고 설명했다.
그동안 조정기를 거친 정보기술(IT) 대장주의 매수세도 재개됐다. 최근 5거래일간 외국인투자가들은 LG디스플레이(1,533억원)·SK하이닉스(1,316억원)·삼성전자(759억원) 등을, 기관투자가들은 삼성전자(2,211억원)·LG디스플레이(815억원) 등을 순매수했다. 지난해 말부터 반도체 업황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면서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몸값이 낮아진 만큼 저가 매수세가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최근 가상화폐와 부동산 규제가 강화되면서 갈 곳을 잃은 자금이 증시로 합류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변준호 현대차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정부의 가상화폐 시장 개입이 확대되면서 가격이 급등할 가능성이 낮아지고 있는 반면 코스닥은 활성화를 추진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가상화폐 시장의 자금이 코스닥으로 옮겨 오면서 1,000까지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