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만파식적] 마케도니아 국명 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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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우표에 찍힌 발행국명(國名)의 변천사를 보면 곡절 많은 대만의 역사가 고스란히 묻어난다. 독립 후 1990년대 말 우표까지만 해도 중화민국(REPUBLIC OF CHINA)이라는 국명이 선명하게 표기됐다. 비록 섬으로 밀려났지만 본토 회복의 꿈을 놓지 않았던 것 같다. 그러다 대만 독립을 강력히 주장하는 민진당 정권이 들어서면서 상황이 바뀐다. 중국이라는 글자가 이곳저곳에서 빠지더니 우표에는 2007년 5월 말 발행분부터 대만(TAIWAN)이 새겨 졌다.


그것도 잠시 2008년 국민당 정권으로 교체되자 다시 중화민국이 재등장한다. 이후에도 정세에 따라 우표에 인쇄되는 국명은 왔다 갔다 했다. 우여곡절 끝에 타협점으로 찾은 게 중화민국과 대만을 함께 쓰는 ‘REPUBLIC OF CHINA(TAIWAN)’. 대외적으로도 대만은 국명을 자신의 의지대로 못 쓰는 처지다. 특히 올림픽에서는 중화민국이나 대만이 아닌 ‘중화 타이페이(Chinese Taipei)’만이 허용된다. 1971년 유엔에서 대만이 축출되고 중국의 ‘하나의 중국’ 원칙이 국제사회에서 먹혀들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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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과는 상황이 좀 다르지만 나라 이름으로 인해 다른 나라와 갈등을 빚고 있는 대표적인 곳이 마케도니아다. 상대국은 그리스. 갈등은 1991년 9월 마케도니아가 유고슬라비아연방에서 떨어져나오면서 시작됐다. 독립 국가명을 마케도니아공화국으로 정하자 그리스가 발끈해 변경을 요구했다. 자신들의 영웅 알렉산더 대왕이 다스리던 고대 그리스 왕국 명인데다 그리스 북부에 똑같은 이름의 마케도니아주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알렉산더 대왕 집안은 고대 그리스 최북방에 있던 왕국 마케돈의 아르게아다이 왕조다. 알렉산더 대왕은 그 왕조의 제26대 군주로 그리스를 기반으로 대제국을 건설했다. 나토 가입 봉쇄 등 그리스의 압박에도 마케도니아는 ‘우리가 적통 후손’이라며 27년째 맞서왔다. 최근 막을 내린 다보스포럼에서 양국 정상이 유엔 중재안을 받아들여 곧 고위급회담이 열린다는 소식이다. 노던·뉴 마케도니아 등의 중재안에 그리스에서 반대 여론이 고조되고 있다니 협상이 순탄하지는 않을 듯싶다. /임석훈 논설위원

임석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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