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로 여는 수요일] 비무장지대에서

민영 作

3115A38 시로여는수욜




여기서 북쪽으로 눈을 돌리면


육십 년 전에 떠나온

고향 마을이 보인다.

불에 타 허물어진 돌담 곁에

접시꽃 한 송이가

빨갛게 피어 있다.

얘들아, 다 어디 있니,

밥은 먹었니,

아프지는 않니?

보고 싶구나!


육십 년 바라보아도 접시꽃은 피어 있군요. 육십 년 지났어도 접시꽃만 피어 있군요. 허물어진 돌담은 여전히 허물어진 채로 배경이 되고 있군요. 고장 난 시계처럼 그 때만, 낡은 사진처럼 그 장면만 기억의 한 켠에 박혀 있군요. 다 어디 있는지, 밥은 먹었는지, 아프지는 않은지 간단한 물음을 육십 년째 묻고 있군요. 새들은 자유롭게 비무장지대를 넘나드는데 사람의 겨드랑이에는 육십 년째 날개가 돋지 않는군요. 노시인은 더 오래 늙을 시간이 없어 보이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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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반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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