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최초로 구현한 오픈 API(기반기술) 비즈니스로 시장을 선도할 것입니다. 올해는 금융상품 API를 개발하고 외부 플랫폼 기업을 통해 농협금융의 금융상품을 판매할 계획입니다.”
주재승 NH농협은행 디지털금융부문장(부행장)은 30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전통적인 뱅킹에 핀테크를 접목해 시장에서 우위를 확보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농협은행은 오픈 API 기반의 NH오픈플랫폼을 출시해 지난해 말 기준 총 95개의 API를 제공하면서 전년 대비 거래량이 850%나 증가했다. 오픈플랫폼이란 입출금 이체, 계좌 및 카드 거래 내역 조회 등 농협의 금융 API를 활용해 핀테크 기업이 쉽고 빠르게 서비스를 개발·제공할 수 있는 금융 플랫폼이다. 즉, 특별한 프로그래밍 기술이 없어도 원하는 응용 프로그램을 쉽게 만들 수 있도록 지원하는 API를 통해 핀테크 기업이 다양한 금융 서비스를 선보일 수 있게 돕는 셈이다.
주 부행장은 “지난해 6월 론칭한 개인간거래(P2P) 자금관리 API가 대표적인 오픈플랫폼 성공 모델”이라며 “API의 확장성을 기반으로 신속히 대응해 빠르게 시장을 선점했다”고 강조했다. P2P 자금관리 API는 금융위원회의 ‘P2P 대출 가이드라인’에 따라 고객으로부터 받은 투자자금을 P2P 금융기업의 자산과 분리해 농협은행 계좌에 보관·관리함으로써 안정성과 효율성을 높여준다. 아울러 농협은행은 기존의 오픈플랫폼이 조회·이체 중심의 금융 API를 통해 사업 기반을 마련하는 단계였다면 핀테크 분야별로 특화된 맞춤형 API로 확대해나간다는 전략을 세웠다. 주 부행장은 “지급결제와 자금관리 분야를 중심으로 수익이 나기 시작한 단계”라며 “조만간 스타 기업도 나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농협은행은 핀테크 기업과의 상생협업 공간인 NH핀테크혁신센터를 운영하며 유망 스타트업 육성과 중소기업의 성장을 지원하고 있다. 핀테크혁신센터에서는 금융·세제·법률 등 기업 운영 전반에 관한 사업 컨설팅부터 투자유치 기회와 마케팅 등을 제공한다. 이와 함께 핀테크 인프라를 활용해 멘토링 기업의 사업을 지원하고 시너지를 추구하는 핀테크 협의체인 NH핀테크 얼라이언스도 출범시켰다.
특히 주 부행장은 농협금융의 첫 디지털금융최고책임자(CDO) 자리도 겸직하고 있어 어깨가 무겁다. 농협금융은 전사 차원의 컨트롤타워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금융지주에 디지털금융 부문을 신설하고 농협금융 계열사 전체의 디지털 전략과 사업을 총괄하는 CDO 체계로 운영하기로 했다. 지주 차원에서도 디지털 금융회사로의 전환을 위해 올해 ‘디지털금융’을 핵심 전략으로 선정하고 디지털금융 조직체계 강화와 핀테크, 빅데이터 사업에 박차를 가할 방침이다. 디지털금융 전반에 관한 의사결정 기구인 ‘CDO협의회’에서는 인공지능(AI)·블록체인·빅데이터 등 신기술을 업무 전반에 접목할 수 있는 계열사 공동 대응 체계를 마련한다. 빅데이터·블록체인 등 디지털 전문인력 전문가 육성 과정도 최근 개설했다.
주 부행장은 “카드의 다양한 데이터를 토대로 개인화된 마케팅 모델을 개발하기 위한 빅데이터 플랫폼을 구축할 것”이라며 “현재 50~70개인 상품인 맞춤형으로 개발되면 2,000개까지 늘어난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콜센터 인공지능 빅데이터 시스템 구축과 함께 AI 금융상담지식 ‘아르미AI’를 도입하는 등 AI를 기반으로 한 금융 서비스 고도화를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농협은행은 고객용 챗봇으로 맞춤 상담뿐 아니라 인공지능 스피커와 금융 서비스 연계 작업도 추진하고 있다. 이외에도 농협은행은 글로벌 금융회사들이 참여하는 세계 최대 블록체인 컨소시엄인 R3CEV에 가입해 블록체인 기술을 금융업무에 적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