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 당국이 부패혐의로 구금돼 조사를 받은 왕족 등 고위인사들에게 석방합의금 명목으로 지금까지 4,000억리얄(약 114조원) 이상을 환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30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이날 셰이크 사우드 알모제프 사우디 법무장관은 “반부패 단속으로 부동산과 기업체·증권·현금 등 4,000억리얄이 넘는 자산을 환수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반부패위원회의 고위층 부패범죄 수사과정에서 381명이 소환됐고 현지에 56명이 구금돼 있다”며 “범죄 혐의가 소명되지 않았고 추가 수사 등이 남은 이들”이라고 덧붙였다. 환수된 자금은 올해 사우디 정부 예산의 57%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앞서 사우디 실세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이끄는 반부패위원회는 지난해 11월4일 돈세탁, 뇌물, 비자금 조성 등의 혐의로 압둘라 전 국왕의 두 아들인 바크르 빈라덴 빈라덴그룹 회장 등 왕자 10여명을 포함해 전현직 장관 등을 대거 구금했다. 체포된 왕자 중에는 살만 빈 압둘아지즈 국왕의 사촌이자 아랍권 최대 부자로 ‘중동의 워런 버핏’으로 불리는 알왈리드 빈 탈랄 왕자도 포함돼 눈길을 끌었다. 킹덤홀딩스를 통해 디즈니·21세기폭스·애플·GM 등 글로벌 기업들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빈탈랄 왕자는 지난주 말 풀려났다. 석방된 이들은 수천억원에서 1조원대에 달하는 거액의 석방합의금을 내고 풀려났으며 살만 국왕과 빈 살만 왕세자에게 충성을 맹세했다. 빈 탈랄 왕자도 석방 직전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살만 국왕에 대한 충성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으며 빈 살만 왕세자의 개혁정책을 전적으로 지지한다”고 충성을 공개 맹세한 바 있다.
외신들은 빈 살만 왕세자가 대대적인 반부패 단속을 통해 환수한 금액을 각종 개혁의 재원으로 활용하려는 것으로 분석했다. 사우디 정부는 이번 사정으로 1,000억달러(약 108조원)를 환수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으며 빈 살만 왕세자는 ‘비전 2030’ 계획을 발표하며 사우디를 석유의존 국가에서 벗어나게 하기 위한 구조개혁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다만 AFP는 “빈 살만 왕세자가 권력을 이용해 자산을 강탈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