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아파트단지에서 70대 경비원과 미화원이 대거 해고됐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일할 능력이 떨어지는 고령층을 계속 고용하지 않겠다는 이유에서다. 다른 아파트들도 예외는 아니다. 관리비 추가 부담을 이유로 경비원 감원과 근무시간 단축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시간당 최저임금이 6,470원에서 7,530원으로 오른 지 한 달이 지났다. 하지만 이에 따른 긍정적 효과보다는 갈등과 부작용만 들끓고 있다.
물론 더욱 나은 삶을 위해 임금 인상은 더없이 반갑기만 하다. 지난해 제19대 대통령선거 당시 후보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임기 내 최저임금 1만원 실현을 공약으로 내세울 만큼 사회적 공감대도 충분했다. 하지만 현실을 외면한 17년 만의 최고 인상률은 버겁기만 하다. 특히 경비원·아르바이트 등의 일자리가 줄어들며 사회적 약자층이 최저임금 인상의 희생양으로 내몰리는 모습이다.
편의점·PC방 아르바이트생들은 임금 인상은커녕 근무시간이 줄어들고 이미 하고 있는 일마저 언제 잃게 될지 걱정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영세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은 자신이 일하는 시간을 늘려가며 인건비 줄이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정부에서 카드수수료율 인하 등의 대책을 내놓았지만 업주들은 역부족이라고 토로한다. 인건비 걱정에 근로시간 단축 시행까지 앞둔 중소기업은 직격탄을 맞고 있다. 이에 정부는 일자리 안정자금을 지원한다지만 기업들은 현장을 모르는 퍼주기식 정책이라며 비판이 거세다.
이렇듯 암울한 현실 속에서도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관리비를 올려 경비원의 감원을 막았다는 아파트가 속속 나오고 있다. 아직 우리 사회는 관심과 배려가 있는 살 만한 세상이라는 게 느껴지면서도 한편으로는 씁쓸한 생각이 드는 건 왜일까. 주민들이 십시일반으로 모아 경비원의 해고를 막은 것은 최저임금 인상의 대책이 되지 못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2020년 최저임금 1만원 시대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이를 실현하려면 매년 15% 이상 올려야 한다. 내년에도 그다음 해에도 이러한 인상률이 계속된다면 주민들이 스스로 관리비를 몇 만원씩 올려가며 경비원을 지켜줄지 의문이다.
서민을 위한 정책이 되레 물가를 끌어올리고 서민경제를 코너로 몰아가고 있다. 약자를 위한 정책이 되레 부메랑이 돼 그들에게 돌아왔다. 특히 최저임금 인상은 최악의 실업률에 주저앉은 청년들의 희망마저 빼앗을 수도 있다.
모든 일이 그렇듯이 최저임금 인상에도 분명 양면성이 존재한다. 많이 올리면 누군가는 좋고 한편으로 부담이 늘어나는 사람도 있기 마련이다. 이들의 짐을 어떻게 나눠서 지느냐가 임금 인상 안착의 관건이라지만 결국 이를 제대로 운영하는 것은 정부의 몫이다. 곪은 건 도려내고 새살이 돋아날 때 비로소 사회가 더 건강해질 수 있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난 상처가 하루빨리 아물도록 각계각층이 머리를 맞대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대책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이상보다는 현실을, 현실보다는 현장을 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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