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주택

[중개업소 단속현장 가보니]사법경찰, USB 꽂아 PC 탈탈 털어…집값잡기 차원 넘어 시장 왜곡 불러

"계약수수료 깎는 경우 많은데…

사소한 것이라도 시비 가능성"

강남권 이어 목동도 잠정 휴업

신고는 법정 한도까지 미뤄

서울 송파구 잠실동 잠실주공5단지 상가 안 공인중개사 사무소들이 불이 꺼진 채 문이 잠겨 있다. 정부가 최근 수도권 주요 지역 공인중개사 사무소들을 대상으로 강도 높은 점검에 나서면서 문을 닫거나 거래 신고를 늦추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연합뉴스서울 송파구 잠실동 잠실주공5단지 상가 안 공인중개사 사무소들이 불이 꺼진 채 문이 잠겨 있다. 정부가 최근 수도권 주요 지역 공인중개사 사무소들을 대상으로 강도 높은 점검에 나서면서 문을 닫거나 거래 신고를 늦추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연합뉴스




“그동안 영업하면서 세금도 꼬박꼬박 냈고 법을 어긴 적도 없는데 최근 정부의 단속은 전과 다르게 PC에 USB를 꽂아 자료를 다 가져가서 별의별 내용을 다 살펴본다고 들었습니다. 단속반이 일단 마음을 먹고 뒤지면 뭐든 걸릴 것 같아 일단 문을 닫기로 했습니다.”(양천구 목동 A공인)

31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서울 강남 등 주요 지역 공인중개사 사무소들을 대상으로 전례 없이 강도 높은 점검에 나선 가운데 중개업소 휴업에 따른 거래 위축을 넘어 시장 왜곡에 대한 우려까지 높아지고 있다.


최근 잠실·개포·대치 등 서울 강남권에 이어 목동 지역 공인중개업소들도 2월 초까지 문을 닫기로 한 것은 물론 해당 지역 공인중개사들이 정부의 단속에 트집을 잡힐까 최근 매매거래 신고를 법적 한도(60일) 내에서 최대한 미루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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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 반포동 B공인의 한 관계자는 “거래를 일찍 신고해봐야 집주인들이 호가를 더 높이거나 정부 단속 대상에 오를 가능성이 있어 신고는 가급적 늦게 하고 있다”며 “요즘처럼 하루가 다른 시장 분위기에서 60일은 엄청난 차이가 있기 때문에 결국 시장이 왜곡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고된 실거래가격은 시장 분위기를 가늠할 지표로 활용되지만 단속·휴업 등의 영향으로 신고가 늦어지면서 현재 상황과는 동떨어진 예전 수치만 공개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중개업소들이 실거래가 신고까지 기피하는 것은 정부의 단속이 시세와 차이가 나는 가격대에 거래가 신고된 업소들을 미리 정해 불시에 해당 업소를 찾아가거나 소명자료 제출을 요구하는 식으로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서초구 C공인의 한 관계자는 “최근 단속과 관련한 온갖 소문이 도는데 세종시에서는 국세청 직원들이 올라와 경찰·구청 직원들과 함께 다니고 있다는 얘기까지 들었다”고 말했다. 주요 점검 대상은 자전거래(시세를 높이기 위한 위장계약) 여부, 불법 증여, 세금 포탈, 다운계약서 등으로 꼽힌다. 목동 C공인의 한 관계자는 “매매계약 수수료는 정해진 금액 100%에서 깎아주는 경우가 많다”며 “그렇게 되면 현금영수증에 계약자 사인을 받아둬야 하는데 계약자가 귀찮아서 안 하겠다고 하면 어떻게 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단속반이 온갖 내용을 다 점검하다 보면 아무리 사소한 규정이라도 위반 사례가 드러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정부의 강도 높은 단속이 무기한 이어지면서 공인중개사들 사이에서는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공인중개사협회의 한 관계자는 “예전에는 기간을 정해 놓고 단속이 이뤄졌지만 지금은 무기한 단속하겠다고 하니 회원들의 불안감이 크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구의 한 공인중개법인 대표는 “자전거래라는 것은 지금까지 공인중개사 사무소를 운영하면서 처음 듣는 말”이라며 “공인중개사들이 부추겨서 집값이 오르는 것도 아닌데 정부가 집값 오를 때마다 공인중개사 사무소 단속에 나서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박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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