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원의 사고방식에서 보지 못했던 것들을 보도록 하고 그것을 기술로 실현시키는 것, 그것이 제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장현기(사진) 신한은행 디지털전략본부장은 31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역할을 이같이 정의했다. 삼성전자·IBM코리아 출신의 인공지능(AI) 전문가인 장 본부장은 지난해 9월 신한은행에 합류한 후 기술적 관점과 금융적 관점의 접점을 찾기 위한 여정을 걸어왔다.
“예를 들면 이런 겁니다. 크라우드펀딩 업체인 와디즈는 돈이 들어오는 현황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싶습니다. 그런데 현재 기술로는 그게 안 됩니다. 예전 같으면 기술적으로 불가능하니 내버려뒀겠지만 최근 신한은행은 오픈애플리케이션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API)란 기술을 통해 이를 가능하게 하는 방법을 논의하고 있습니다. 성사되면 신한은행은 와디즈로부터 API 이용료를 받을 수 있으니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셈이지요.”
장 본부장은 오픈API 확장이 올해 가장 시급한 사업이라고 강조했다. 오픈API는 한 회사의 시스템과 정보를 핀테크 등 다른 기업이 이용할 수 있도록 정보를 개방하는 것이 목표다. 예를 들어 은행의 계좌 입출금 서비스를 핀테크 기업이 자사 앱이나 웹에 탑재해 고객이 은행이 아닌 곳에서도 자기 계좌에 기반을 둔 서비스를 받게 하는 것이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9월 두타면세점 홈페이지에서 신한은행 환전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API를 출시했고 올해는 제휴사 확대를 기획하고 있다. 장 본부장은 “뻔한 잔액조회 말고도 와디즈용 API 혹은 간편송금 업체 토스용 API 등 여러 기업의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세분화된 API를 만들려 한다”면서 “이 같은 API를 모아 하나의 플랫폼을 완성한 뒤 핀테크 업체들이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올해 화두인 블록체인 기술 개발에도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신한은행은 지난 2016년 8월부터 금 실물거래에 블록체인을 적용해왔다. 골드바 구입 고객에게 제공하는 구매교환증과 골드안심보증 서를 종이문서 외에 블록체인에도 기록해 사용자가 종이문서를 잃어버려도 온라인상으로 기록된 내역을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올해는 블록체인을 활용한 그룹사 통합 포인트 서비스 개발도 검토하고 있다. 장 본부장은 “아직 구체화된 것은 아니지만 블록체인을 활용해 신한카드·신한은행 등 그룹사의 포인트가 오가면서 더 자유롭게 쓸 방안 등을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뿐 아니라 글로벌 블록체인 컨소시엄인 ‘R3CEV’ ‘비자B2B’와 함께 블록체인 기반 해외송금도 올해 선보일 계획이다.
장 본부장은 이달 중 출시될 슈퍼앱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신한은행 슈퍼앱은 기능별로 세분된 모바일 앱 6개를 하나의 앱으로 모은 것으로 현재 부문별 임원들에게 테스트버전을 공개해 피드백을 받고 있다. 슈퍼앱은 챗봇과 음성뱅킹, 개인화된 서비스 등을 탑재할 예정이다. 챗봇의 경우 약 9개월간 집적된 데이터를 모았으며 그동안 출시됐던 챗봇에 비해 더 고도화된 업무능력을 보여줄 예정이다. 장 본부장은 “환전·계좌이체 등 단순한 기능을 넘어서 웬만한 금융업무는 다 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면서 “챗봇의 경우 엔진보다 쌓은 데이터의 양이 가장 중요한 만큼 꾸준히 학습시키고 업그레이드해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