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호텔 업계의 한국 시장 진출이 본격화되고 있다. 최근 일본 호텔 운영사들이 사업 확장과 장기적인 성장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는 가운데 우선 지리적으로 가까운 한국 시장을 교두보로 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조만간 일본계 호텔 운영사들뿐만 아니라 디벨로퍼들도 한국 시장에 직접 자본을 투입해 개발 사업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1일 부동산 및 호텔 업계에 따르면 일본 철도 회사 계열인 ‘소테츠 그룹’은 작년 말 한국은행 뒤편 서울시 중구 남대문로5길 15에 위치한 ‘골든튤립엠서울호텔’을 최장 20년(15년+5년) 간 운영하기로 계약했다. 소테츠의 첫 한국 진출이다. 이에 앞서 소테츠그룹의 소테츠홀딩스는 작년 3월 소테츠 인터내셔널 코리아를 설립하고 한국 진출을 준비해왔다. 소테츠는 현재 일본 전역에서 ‘선루트’ 와 ‘소테츠 프레사 인’ 등의 브랜드로 총 82개, 1만 5,000여 객실 이상을 운영 중인 대형 호텔 체인이다.
이번에 소테츠가 운영을 맡기로 한 골든튤립엠서울호텔은 지난 2015년 10월 준공됐으며, 지하 5층~지상 17층, 430실 규모다. 현재는 프랑스계 호텔 체인인 루브르그룹 골든튤립이 운영하고 있으며, 곧 소테츠가 운영을 맡을 예정이다.
소테츠는 골든튤립엠서울호텔 외에도 명동과 남대문, 동대문 등 관광·비즈니스 목적 등으로 한국을 방문하는 일본인들의 수요가 많은 서울 도심 위주로 호텔 운영 사업을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우선 명동에서는 이지스자산운용과 SK 디앤디(D&D), 외국계 투자자가 손 잡고 리모델링을 진행 중인 청휘빌딩의 호텔 운영을 맡을 예정이다.
소테츠 그룹이 한국 진출을 본격화하는 이유는 일본 내수 시장의 한계를 벗어나 해외에서 새로운 성장 동력을 발굴하기 위함이다. 일본 호텔 시장에 능통한 호텔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일본은 동경올림픽과 중국 관광객의 증가 등으로 호텔 경기가 좋아 호텔 산업이 크게 성장하고 있다”면서도 “호텔 업체들은 지금 현재 일본 호텔 시장이 정점에 달했다고 보기 때문에 향후 호텔 경기가 둔화될 것에 대비해 미래 먹거리 확보 차원에서 해외 진출을 타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소테츠가 첫 해외 진출로 한국을 낙점한 이유는 앞서 한국 시장에 진출한 일본 호텔 운영사가 큰 성공을 거두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소테츠에 앞서 한국에 진출한 유일한 일본계 호텔 운영사는 니시테츠가 있다. 니시테츠도 소테츠와 마찬가지로 모회사가 철도회사이며 일본에서는 유휴 철도 부지를 활용해 호텔 개발 및 운영업에 뛰어들었다. 현재 서울 명동과 부산진구 두 곳에 위치한 솔라리아니시테츠 호텔을 운영하고 있다. 솔라리오니시테츠 호텔은 투숙객의 50~60% 정도가 일본인이고 객실점유율이 높아 안정적인 수익이 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형빈 골든튤립엠호텔 대표는 “최근 일본을 방문해 디벨로퍼들을 만나 보니 한국 진출 계획을 세워두고 있었다”며 “지금까지는 리스크가 크지 않은 운영사들이 먼저 한국에 진출했지만 향후 일본계 자본들이 한국에서 직접 호텔 개발에 뛰어들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