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헤지펀드 거물의 경영 지침서

이 기사는 포춘코리아 2018년도 1월 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 Bridgewater Associates의 창업자 레이 달리오 Ray Dalio는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이익을 올리는 헤지펀드를 운용하고 있다. 그의 신간에서 독점 발췌한 이번 호 기사에서, 이 투자의 대가가 ’최고의 성과(Excellence)‘와 최적화된 조직을 구축하는 비법을 공개한다.








레이 달리오는 지난 1975년 뉴욕의 방 2개짜리 아파트에서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를 창업했다. 현재 브리지워터는 세계 최대 규모 헤지펀드로 성장해있다. 1,600억 달러 운용 자산을 보유한 이 펀드는 연금 펀드와 대학 기부금 펀드 등 350개 이상의 기관 투자자를 고객으로 두고 있다. 펀드의 성장은 투자 성과에 기인한다. 지난 40년 이상 동안, 이 회사는 역사상 어느 헤지펀드보다 더 많은 수익을 투자자들에게 안겨주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브리지워터는 작년까지 거의 500억 달러 수익을 창출했다. 달리오 자신도 세계 최대 부호 100인 반열에 올라있다.

브리지워터는 최근 몇 년 동안 지구에서 가장 ‘혁신적인’ 기업 가운데 하나라는 평판을 얻어왔다. 달리오의 개인적 신념을 바탕으로 만든 독특한 조직 문화는 ‘절대적 진실(Radical Truth)’과 투명성이라는 교리 위에 구축됐다. 달리오는 삶과 일, 그리고 투자에 대한 스스로의 접근방식을 설명하는 수 백 개의 ‘원칙(Principle)’을 집대성하기도 했다.

최근까지 달리오는 자신의 기업 시스템을 대부분 비밀로 유지하려고 했다. 하지만 은퇴할 시점이 다가오자, 자신의 독특한 경영 방식을 공유하기로 결정했다. 그래서 그는 이번 달 신간 ’원칙: 삶과 일(Principles: Life and Work, 사이먼 & 슈스터 출판사, 30달러)‘을 출간할 예정이다.

우리는 편집 발췌한 이 책의 다음 내용에서 조직 관리를 위해 가이드라인을 집대성한 달리오의 결정 과정에서의 일화들을 엿볼 수 있다. 또 그가 직원들이 뛰어난 성과를 낼 수 있게 하는 과정에서 얼마나 냉정하게 그들을 평가했는지도 알 수 있다.
-Alan Murray





1993년 어느 겨울날, 브리지워터 경영진인 밥 프린스 Bob Prince, 지젤 바그너 Giselle Wagner, 그리고 댄 번스타인 Dan Bernstein 3명이 내게 저녁 식사를 제안했다. 그 모임의 공식적인 목적은 ‘레이가 직원들과 회사 사기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피드백을 주는 것’이었다. 우선 그들은 내게 메모지 한 장을 건넸다. 그 메모의 요지는 ‘나의 경영 방식이 회사의 모두 사람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들이 쓴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레이의 장점

그는 매우 영리하고 혁신적이다. 시장 흐름과 자금 운용에 대한 이해력도 높다. 또한 열정적이고 에너지가 넘친다. 매우 높은 기준을 갖고 있으며, 주변 사람들에게도 이 기준을 적용한다. 팀워크를 중시하고, 집단의 주인의식을 고취하고, 직원들에게 유연한 업무 조건을 제공하고, 합당한 보상도 해준다.


레이의 단점

레이의 말이나 행동 때문에 간혹 직원들은 무능력하거나 불필요한 존재처럼 느낀다. 굴욕감, 압박감 또는 언짢은 기분을 갖게 된다. 레이가 스트레스를 받을 때, 이런 경우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 때 타인을 향한 레이의 언행이 그에 대한 적대감을 일으키고, 그것이 계속 잔상을 남긴다. 그 결과, 직원들은 동기부여가 되기보단 의욕을 상실한다. 그것이 생산성과 좋은 업무 분위기를 망친다. 그 파급효과는 한 명의 직원을 넘어 훨씬 더 광범위하게 영향을 미친다. 작은 회사 규모와 공개적인 대화 방식 때문에 한 직원이 사기가 떨어지거나 불합리한 대우를 받으면 모든 직원들이 영향을 받는다. 회사의 미래 성공은 돈 뿐만 아니라 직원들을 관리하는 레이의 능력에 크게 달려있다. 그가 직원들을 잘 관리하지 못하면, 성장은 저해되고, 우리 모두에게 악영향을 미칠 것이다.


이 글은 레이 달리오의 저서 ‘원칙(Principles)’에서 발췌했다. 이 책은 사이먼 & 슈스터 출판사와의 계약을 통해 출간됐다. 저작권은 2017년부터 레이 달리오가 갖게 된다.이 글은 레이 달리오의 저서 ‘원칙(Principles)’에서 발췌했다. 이 책은 사이먼 & 슈스터 출판사와의 계약을 통해 출간됐다. 저작권은 2017년부터 레이 달리오가 갖게 된다.



나는 큰 충격을 받았다. 그런 지적은 내게 상처이자 놀라움이었다. 그런 종류의 영향을 미쳤다고 나는 단 한번도 생각하지 못했다. 이 사람들은 내겐 대가족의 일원 같은 존재였다. 나는 그들이 ‘무능력하고, 불필요하며, 굴욕감이나 압박감 같은 언짢은 기분’을 느끼길 원하지 않았다. 왜 그들은 내게 직접 말하지 않았을까? 내가 도대체 무슨 잘못을 하고 있었지? 내 기준이 너무 높았나?

나는 ‘선택의 기로(Fork-In-The-Road)에 선 사람’처럼 보였다. 겉보기엔 모두 필수적이지만, 상호 배타적인 두 개의 선택지 가운데 하나를 골라야 하는 상황이었다: 1) 서로에게 절대적으로 솔직해진다. 우리의 문제와 약점을 철저히 조사해 수면 위로 드러나게 한 뒤, 단도직입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한다. 2) 직원들을 행복하고 만족스럽게 만든다. 그것은 내게 시사하는 바가 컸다. 겉보기에 상극인 두 가지 중 하나를 선택할 필요가 있을 때, 가능한 두 가지 모두를 최대한 가질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할 수 있도록 천천히 접근하라는 것이다. 미처 생각하지 못한 좋은 길은 거의 항상 존재하기 마련이다. 그래서 지금 당장 확연해 보이는 선택에 만족하기보단 최선의 길을 찾을 때까지 노력해야 한다.

내가 취한 첫 번째 조치는 내가 문제의 본질과 그 해결 방안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밥과 지젤, 댄에게 문제의 본질에 대해 의견을 구했다. 그 때 나는 그들과 나를 잘 아는 많은 직원들이 일부 다른 직원들처럼 나로 인해 사기가 저하되지 않았다는 점을 알게 되었다. 그들은 나의 진심을 이해했기 때문이었다. 만약 그들이 그런 사실을 몰랐더라면, 그들은 진작 퇴사를 했을 것이다. 그들의 말대로, “나의 헛소리를 참을 만큼 충분히 많은 연봉을 그들에게 지급하고 있지 않았기”때문이었다.

그들은 내가 자신들과 브리지워터를 위해 최고의 결과를 원한다는 점을 잘 알고 있었다. 그렇게 하기 위해, 우리는 절대적으로 서로에게 솔직할 필요가 있었다. 그렇게 하는 것이 더 좋은 결과를 낳았을 뿐만 아니라, 서로에게 솔직한 것이 어떻게 우리가 함께 해야 하는 지에 대한 나의 믿음에 근간이 되었기 때문이다.

내가 무엇보다 원했던 건 의미 있는 일과 관계였다. ‘의미 있는 일’이란 사람들이 신이 나서 열정을 쏟는 것을 말한다. ‘의미 있는 관계’란 진심으로 (마치 대가족처럼) 서로를 챙기고 아끼는 관계를 뜻한다. 서로를 더 챙길수록, 우리는 더 끈끈해졌다. 더 끈끈해질수록, 더 좋은 성과를 냈고 공유할 보상도 더 커졌다. 이 선순환 구조가 ‘자기 강화(Self-Reinforcing)’의 결과를 낳았다. 우리 모두는 절대적인 진실과 투명성이 이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데 필수적이라는 사실에 동의했다. 하지만 그것 때문에 일부 사람들의 기분이 상하기도 했다. 그래서 변화가 필요했다.

나와 관계를 맺은 사람들은 나를 이해하고, 좋아하고, 어떤 경우에는 심지어 사랑까지 했다. 하지만 나를 잘 알지 못한 사람들은 나의 직설화법에 불쾌감을 느꼈다. 내가 그들로부터 더 많은 이해를 구하고, 나 역시 그들을 더 많이 이해할 필요가 있다는 사실이 명확해졌다. 서로를 대하는 원칙을 나와 관계를 맺은 사람들이 명확하게 이해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그때 절감했다.


그 결과 우리의 원칙들을 글로 옮기는 수 십 년간의 작업이 시작됐다. 그리고 그것이 ‘업무 원칙(Work Principles)’으로 발전했다. 이 원칙들은 우리가 함께 일하는 방식에 관한 합의와 발생하는 모든 상황의 대처 방식에 관한 고찰을 담고 있다. 대부분의 상황은 약간씩 바뀌며 반복적으로 발생했기 때문에, 이 원칙들을 지속적으로 가다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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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은 미미했지만, 그 원칙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늘어났다. 2000년 중반 무렵, 브리지워터는 빠르게 성장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우리의 독특한 문화를 배우고 적응하고자 하는 많은 신규 매니저들을 영입했다. 그들은 내게 점점 더 많은 조언을 구했다. 나 역시 외부 영입 직원들이 어떻게 자신들만의 ‘아이디어 실력주의(Idea Meritocracy)’를 창출할 수 있는지를 나에게 묻도록 했다. 그 결과 나는 2006년 대략 60개의 업무 원칙 리스트를 준비해 브리지워터 매니저들에게 배포할 수 있었다. 그들이 그 원칙들을 평가하고, 토론하고, 스스로 이해하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나는 메모지 첫 장에 ‘이것은 대략적인 초안이다. 하지만 피드백을 듣기 위해 지금 나눠준다’고 썼다.

시간이 흐르면서, 나는 회사 경영에서 발생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상황을 접하게 되었다. 그래서 대처 가능한 수 백 개의 원칙을 마련했다. 그 후 업무 원칙 모음집은 우리의 투자 원칙 모음집처럼 일종의 ‘의사결정 도서관’ 역할을 하게 됐다.


직원들을 지속적으로 교육하고, 테스트하고, 평가한 후 가려내라

회사 발전을 위해선 직원과 조직 모두가 진화해야 한다. 당신이 개인적 진화를 제대로 해낼 때, 그 보상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게 된다. 직원들이 더 많이 발전을 해야 독립적으로 생각하고, 연구하고, 당신이 회사를 개선할 때 도움을 줄 수 있다. 그들이 더 빠르게 진화할수록, 당신의 결과도 더 빠르게 향상될 것이다.

직원들의 개인별 평가 과정에서 당신의 역할은 그들의 장단점을 솔직하게 평가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그런 다음, 교육이나 업무 전환을 통해 그들의 단점을 완화할 수 있다. 다른 업무를 맡겨 직원들의 장점과 선호도를 활용할 수 있다.

브리지워터에서 신입 직원들은 그런 대화가 얼마나 솔직하고 직설적인지를 보고 종종 깜짝 놀라곤 한다. 하지만 그것은 사적인 감정이거나, 지위에 의한 고압적인 상황은 아니다. 어느 누구도 이런 종류의 비판으로부터 예외일 수 없다. 보통 이 과정은 매니저들과 부하직원들 모두에게 힘든 일이지만, 장기적으론 직원들을 더욱 행복하게 만들고, 브리지 워터도 더욱 성공적으로 만들어준다. 대부분의 직원들은 자신에게 맞는 일을 수행하면서 발전을 해나갈 때, 가장 큰 행복감을 느낀다. 그래서 직원들의 단점을 파악하는 건 그들의 장점을 아는 것만큼이나 그들과 당신 모두에게 소중한 일이다.

직원들의 발전을 도모할 때도, 당신은 그들에게 책임과 역할을 훌륭하게 수행할 능력이 있는지 끊임없이 평가해야 한다. 객관성을 담보하기 쉽지 않은 일이다. 당신은 종종 부하 직원과 의미 있는 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에, 그들의 실적이 기준치에 부합하는지 정확한 평가를 내리길 꺼려할지 모른다. 같은 이유로, 당신을 잘못된 판단으로 이끈 직원에게 마땅히 받아야 할 것보다 더 혹독한 평가를 내리게 되는 유혹에 빠질 수도 있다. ‘아이디어 실적주의’는 객관성을 요구한다. 우리가 개발한 많은 경영 기법들이 그 목적을 위해 고안됐다. 어느 한 매니저의 편견을 배제한 채, 직원들과 그들의 실적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공정한 평가의 장을 제공하는 것이다. 이 데이터는 매니저와 부하 직원이 어떤 평가 결과를 놓고 이견을 보여 다른 사람들이 그 논쟁의 해결에 개입할 때 요긴하게 쓰인다.

모든 리더는 다음의 두 가지 옵션 중에서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1) 인기는 있지만 목표 달성에 무능한 직원 해고하기. 2) 성격은 괜찮지만 무능한 직원을 그대로 두고 목표 달성에 실패하기가 그것이다. 이 힘든 결정을 내릴 수 있는지 여부가 당신 자신의 성공 혹은 실패를 좌우하는 최대 변수가 될 수 있다. 브리지워터 같은 조직 문화에선 당신에게 선택의 여지가 없다. ‘최고의 성과’를 선택해야 한다. 물론 당장은 힘들겠지만, 그것이 모든 사람들을 위한 최선책이다.





친절하지 말고 정확하게 평가하라

절대적인 솔직함이 쉽다고 말하는 사람은 없다. 특히 그런 것에 익숙하지 않은 신입 직원들은 가끔 솔직한 평가를 ‘공격’으로 느낄 수 있다. 더 높은 지위에 오르면, 시선을 더 큰 그림에 두고, 당신이 평가하고 있는 사람도 동일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조언을 해주어라.

A. 결국, 정확성과 배려는 같은 것이다
배려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정확하지 않은 평가는 해당 직원 뿐만 아니라 조직에 속한 다른 직원들에게도 해롭다.

B. 칭찬과 비판의 의미를 정확히 전달하라
한 직원의 단점이나 실수가 그의 전체 평가를 직접적으로 나타내는 것인지 분명히 해둘 필요가 있다. 어느 날, 나는 신입 리서치 직원 중 한 명에게 (내가 생각하기에) 좋은 업무 수행능력과 논리적 사고력을 칭찬한 적이 있었다. 며칠 후, 나는 그가 일과 관련 없는 것들에 대해 한참 이야기하는 것을 듣게 되었다. 그래서 나는 그에게 정기적으로 그런 식으로 시간을 낭비하면, 자신과 우리 모두의 발전에 피해가 된다고 경고했다. 그 후 나는 그가 곧 해고될 것이라고 생각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 때 업무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은 그에 대한 나의 전반적인 평가와 무관했다. 우리가 마주 앉았을 때 내가 더 잘 설명해줬더라면, 그는 내 말의 의미를 정확히 파악했을 것이다.

C. 암시가 아닌 정확한 사실에 집중하라
비판적인 피드백을 받는 사람은 사실 여부와 상관없이 종종 그 피드백이 암시하는 것에 매몰된다. 그건 잘못된 것이다. ‘사실(What is)’과 ‘암시(What to

do about it)’가 헷갈리면, 일반적으로 나쁜 의사 결정이 초래된다. 그런 문제에 빠진 직원들이 헤쳐 나오도록 도움을 주어라. 그들이 ‘사실’ 파악에 노력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인지할 수 있도록 피드백을 줘야 한다. 그것에 대해 무엇을 해야 할지를 파악하는 건 별개의 문제다.

D. 정확한 평가를 내려라
직원들은 당신에게 가장 중요한 자원이다. 그리고 솔직함은 최고 성과의 토대가 된다. 따라서 당신의 직원 평가는 가능한 자세하고 정확해야 한다. 그건 시간이 걸리는 일이다. 피드백을 주고 받는데 상당한 노력이 필요하다. 책임 당사자들(Responsible Parties)이 어떤 실적을 내는지에 관한 당신의 평가는 그들이 당신의 방식대로 일하는지가 아니라, 그들이 일을 제대로 하는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솔직히 말하고, 열린 마음으로 듣고, 다른 믿을만한 정직한 직원들의 견해를 수렴하고, 그 직원에게 무슨 일이 있는지, 그리고 그 이유가 무엇인지 파악하려고 노력하라. 틀릴 가능성은 늘 있기 때문에 평가를 과신하지 말아야 한다는 점도 유념하라.

E. 성공뿐만 아니라 실패로부터도 배워라
절대적인 솔직함을 위해 항상 부정적일 필요는 없다. 좋은 업무 사례와 성공의 원인들을 지적해줘라. 그런 과정은 결과로 이어지는 실행 능력을 강화시켜 주고, 교훈을 얻는 사람들에게 롤모델을 만들어 줄 것이다.



서울경제 포춘코리아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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