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는 “서 검사의 진정을 받은 결과 검찰 내 성폭력 사건이 제대로 처리되지 않았을 개연성이 높다”며 상임위원회에서 직권조사 실시를 결정했다고 2일 밝혔다.
인권위에 따르면 서 검사는 1일 대리 변호사를 통해 인권위에 8년 전 장례식장에서 당한 성추행 사건과 2차 피해를 조사해 달라며 진정을 제기했다. 인권위는 “국민의 성범죄 사건 수사를 직접 담당하는 검찰 고위 간부가 검사를 성추행하고 인사상 불이익까지 줬다는 점이 심각하다”며 “외부 국가기관이 검찰 내 성희롱을 객관적으로 진단할 수 있다고 판단해 직권 조사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현행 인권위법에 따르면 진정이 들어오지 않았더라도 인권침해나 차별행위가 있다고 믿을 만한 근거가 있고 내용이 중대하다고 인정되는 사안은 인권위가 직권조사할 수 있다.
인권위는 오는 2일부터 5월 1일까지 3개월 간 조사관 9명을 동원해 △서 검사 사건을 포함한 다수의 성희롱 사건 조사 △여성검사를 포함한 전체 여성직원 전수조사 △검찰 내 양성평등 문화와 성희롱 예방 시스템 현황을 조사하고 피해 사례를 수집할 예정이다. 제보는 이메일과 전화, 전용 사이트를 통해 받는다. 조사 대상은 대검찰청 감찰부 등 관련 부서와 법무부 검찰과·여성아동인권과 등 관련 부서, 대검 진상 조사단 조사내용과 검찰 내 여성 검사 및 직원들이다.
그러나 수사권이 없는 인권위가 효율적으로 조사할 수 있을지 우려하는 시선도 있다. “참고인이 소환에 불응하면 어떻게 하겠느냐”는 지적이 잇따르자 조형석 인권위 차별조사과장은 “자료 요구권을 최대한 활용해 자료를 받겠다”며 “검찰 내부의 성숙한 문화와 사회적 분위기를 고려할 때 소명할 기회를 저버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검찰의 자발적 협조를 기다리겠다는 의미다. 이수연 인권위 여성인권팀장은 “참고인 대면조사가 어렵다면 검찰 내부에 조직적 은폐 움직임이 있는지 전직 여검사들 인터뷰 및 제보를 통해 확인하겠다”며 “개별 사건의 가해를 규명한다기보다는 검찰 조직 내 징계 절차의 적절성을 확인하는 데에 좀 더 집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앞서 서 검사는 지난달 29일 검찰내부망(이프로스)에 ‘나는 소망합니다’는 제목으로 자신의 성추행 피해 사례를 폭로했다. 서 검사는 2010년 10월 장례식장에 조문을 갔다가 안태근 당시 법무부 정책기획단장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또 서 검사는 문제를 제기하자 당시 법무부 검찰국장이던 최교일 자유한국당 의원(56·경북 영주·문경·예천)이 자신을 부당인사발령 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