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개헌을 국민 이념 대결로 몰아가겠다는 것인가

더불어민주당이 개헌과 관련한 당론을 정했다. 헌법 전문에는 ‘촛불혁명’을 넣고 각 조항에는 경제민주화와 토지공개념,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내용을 담는다는 게 골자다. 세부 내용을 보면 경제민주화를 위한 국가의 역할에 대해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는 문구를 ‘한다’로 바꾸고 토지공개념 강화를 위해 투기억제와 관련한 국가 의무를 명기해 불평등 방지를 강조하기로 했다. 중소기업 보호 강화를 위해 소상공인 항목을 신설하고 ‘사회적 경제’를 명기하거나 ‘동일노동 동일임금’ 조항을 넣겠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바야흐로 개헌 정국의 태풍이 정치권에 몰아치기 시작했음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개정한 지 31년이나 된 헌법을 바꿔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문제는 국민적 공감대를 끌어낼 수 있는 내용을 담는 것이다. 하지만 여당 개헌안에는 찬반이 극명하게 엇갈리는 것이 적지 않다. 토지공개념과 규제를 강화하는 것은 국가의 역할을 지나치게 비대화할 수 있고 기업의 사회적 책임 강조와 사회적 경제 개념 도입은 시장경제의 포기라는 반론이 만만치 않다. 동일노동 동일임금 역시 노동계와 재계의 입장이 첨예하게 갈리는 사안이다. 게다가 통일정책의 방향을 담은 헌법 4조의 ‘자유민주적 질서’에서 ‘자유’라는 단어를 뺐다가 4시간 만에 번복하는 소동까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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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논란투성이 개헌안이 현실화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헌법을 바꾸려면 재적 국회의원 3분의2의 동의가 필요한데 여당만의 힘으로는 불가능하다. 야당의 협조가 필수적이지만 현실은 정반대다. 여당 개헌안에 대해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부정하는 쿠데타”라는 거친 표현까지 등장했다. 이래서야 공감대 형성은커녕 깊디깊은 갈등의 골만 더 키우게 될 게 뻔하다.

개헌의 길이 없는 것은 아니다. 원래 개헌 논의는 제왕적 대통령의 폐해를 없애야 한다는 필요성에서 출발했다. 여기에 집중하면 된다. 핵심 사안인 권력구조 개편과 기본권같이 여야가 의견을 같이할 수 있는 부분부터 접근한다면 합의가 어려운 것도 아니다. 나머지 문제는 사회적 분위기가 무르익을 때까지 미뤄두면 된다. 굳이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은 부분을 건드려 온 국민을 편 가르기로 몰아 넣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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