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금리 인상 가능성이 커지면서 국내 채권 시장 금리도 치솟고 있다. 전날 발표된 1월 물가상승률이 높지 않았지만 시장은 국내보다 글로벌 시장에 더 영향을 받는 모습이다.
2일 국채 시장은 장기물을 중심으로 금리 상승(채권가격 약세)을 보였다. 국고채 30년물은 전일 대비 2.5bp(1bp=0.01%포인트) 오른 2.689%를 기록했다. 20년물과 50년물도 각각 1.5bp, 2.2bp 상승한 2.703%, 2.689%에 장을 마쳤다.
단기물은 오후 들어 수익률이 하락세로 돌아서며 혼조세를 보였다. 1년물은 전 거래일 대비 0.8bp 수익률이 떨어졌다. 5년물도 0.3bp 금리가 하락했다. 3년물은 0.1bp 상승한 2.25%에 장을 마쳤다.
이는 미국 시장의 금리 급등세와 연관이 깊다. 1일(현지시간) 미국 국채 10년물 수익률은 전 거래일 대비 8.84bp 오른 2.7938%에 장을 마쳤다. 심리적 저항선인 2.8% 돌파도 시간문제로 평가된다. 30년물도 3.0264%에 거래를 끝내며 상승 폭을 높여갔다. 독일과 영국 등 유럽 주요 국가의 국채 금리도 같은 날 상승 마감했다.
미국의 금리 폭등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경기 전망 상향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31일 연준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고 금리를 현행 수준(1.25~1.50%)으로 동결하며 “경제 활동이 확장 국면에 있으며 고용 증가가 이어지고 있다”고 성명서를 통해 밝혔다. 이어 “올해 물가 상승이 목표치인 2% 부근에서 안정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이는 과거 인플레이션이 2% 미만에 그칠 것이라는 기존 전망이 수정된 성명서로 미국 채권 금리 상승의 힘이 되고 있는 것이다. 유가 상승과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1조달러 인프라 투자 등 인플레이션을 자극하는 요소들도 글로벌 금리 상승의 한 축이다.
현재 금리는 국내 경제 상황보다 해외 눈치를 보고 있다. 전 세계적인 인플레이션 기대감은 점점 높아지고 있지만 국내 경제는 아직 저물가에 가깝다는 평가다. 지난 1일 통계청이 발표한 1월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1% 상승했다. 지난해 연간 상승률보다 낮은 수준이다. 이에 같은 날 국고채 5년물 수익률이 전일 대비 3.2bp, 10년물과 30년물이 각각 1.3bp, 1.9bp 하락했다.
당분간 미국 금리 변동이 국내 채권 가격에 가장 큰 변수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안재균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국내 채권 시장은 미국 채권 금리 급등세에 동조돼 매수심리가 위축되면서 약세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