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글러스’는 신이 내린 처세술과 친화력으로 프로서포터 인생을 살아온 여자와 타인의 관심과 관계를 전면 거부하는 철벽형 남자가 비서와 보스로 만나 펼치는 관계역전 로맨스.
극 중 백진희는 YB 그룹 영상사업부 남치원 상무(최다니엘 분)의 비서 좌윤이 역을 맡아 연기했다. YB 그룹 공채 입사 5년차인 프로여비서로 보스에게 최고의 서포터 역할을 하는 인물. “보스와 스승과 아버지와는 일체 사랑에 빠지지 않는다”며 ‘보사부일체’를 외치지만, 남치원과 핑크빛 오피스 연애에 빠지고 만다.
백진희와 최다니엘의 귀여운 연인 케미로 ‘저글러스’는 최고 9.9%(닐슨코리아 제공, 전국 기준)의 시청률을 기록, 동시간대 드라마 중 1위로 유종의 미를 거뒀다. 덕분에 백진희는 5년 만인 최근 서울 강남구 논현동 한 카페에서 드라마 종영 인터뷰도 가졌다.
-‘저글러스’가 많은 호평을 받고 기분 좋게 마무리 했다
“진짜 꿈같다. 매일 감사하는 마음으로 잠들었다. 쉬지 않고 작품을 해왔는데 이전에는 아픈 작품, 아쉬운 작품들이 많았다. 이번에는 그걸 털어내고 내 캐릭터를 지키면서 연기하려 했다. 뿌듯하고 다행이었다. 걱정을 진짜 많이 했지만 대본을 보고 잘 될 거라는 믿음이 있었다. 배우들 호흡도 좋았고 감독님도 좋았다. 다른 방송사들에서 먼저 드라마를 시작했지만 대본을 보고 승산이 있겠다고 생각했다.”
-좌윤이 캐릭터가 만화 같은 설정이어서 연기에 어려움은 없었나?
“만화 같은 설정이 많긴 했다. 캐릭터가 공감을 사지 못하면 허구적으로 붕 뜬 캐릭터가 될 것 같았다. 초반에는 코믹한 신이 많았지만 그런 걸 살리면서 비서로서의 프로패셔널한 모습, 회사 속 애환과 아픔을 진짜로 보여주려 했다. 공감을 살 수 있는 포인트를 염두하고 연기하려 했다.”
-러블리한 좌윤이 캐릭터를 구축하기 위해 참고한 작품이 있다면?
“송현욱 감독님의 ‘또 오해영’과 ‘변혁의 사랑’을 봤고, 공효진 언니, 신민아 언니, 레이첼 맥아담스 배우의 연기도 많이 찾아봤다.”
-비서라는 직업이 생소했을 법하다. 어떻게 참고했나?
“윤이가 비서이면서도 직장인을 대변하는 캐릭터였다. 그래서 주변에 직장 다니는 친구들한테 많이 이야기를 듣고 연기하려 했다. 윤이가 봉전무(최대철 분)에게 억울하게 잘리고서 엘리베이터에서 우는 장면을 본 친구가 자기도 부득이하게 해고당하고 집에서 방문 닫고 운 적이 있다며 공감하더라.”
-‘저글러스’에서 원맨쇼도 보이며 캐릭터 연구에 힘쓴 흔적이 보였다
“촬영 2주 전에 캐스팅 됐다. 캐릭터상 내 안에 있는 걸 극대화해서 꺼내려 했다. 오피스물은 처음이었는데 이번엔 이상한 자신감이 있었다. 장르물을 많이 했는데 로코 제안은 없었다. 내가 지금까지 해온 드라마가 어두운 게 많았고 나의 시크함과 다크함을 많이 보신 것 같은데, 꼭 온다면 잘 해내고 싶었다. 그래서 더 이 악물고 열심히 연기했다. 나는 주변의 영향을 많이 받는 스타일이다. 그러다 보니 결국 내 게 없어지더라. 이번에는 흔들리지 말자고 아예 마음먹고 들어갔다. 집중해서 내 걸 보여주면 드라마가 원래대로 갈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저글러스’로 로코에 재미를 붙였겠다
“로코가 재미있었다. 생각해보니 어려운 부분도 있었다. 사랑을 해야 하는데 어떤 감정에서 과잉해버리면 현실과 동떨어져 보일 수 있었다. 내가 어떻게 리액션 하느냐에 따라 상대방이 이상하게 보일 수도 있었다. 리액션이 중요하다고 느꼈다.”
-실제 백진희는 윤이와 얼마나 닮았나?
“윤이처럼 똑 부러지진 않은 것 같은데 감정 표현을 할 때 솔직한 부분은 닮았다. 사랑 표현을 할 때의 모습이 닮아있다. 내가 상처받는 한이 있더라도 트러블이 일어나는 게 싫어서 잘 참는 성격이다. 솔직하게 얘기해야할 땐 또 얘기한다.”
-최다니엘과의 애교 연기가 인상적이었다
“대본을 받았을 때 부담이 될 때도 있었다. 혼자 해야 돼서 오글거리고 오버만 하다가 끝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술 취한 연기는 다른 배우들의 만취 연기와 같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중반 이후부터는 서로 케미로 갔던 것 같다. 어떤 액션을 해도 서로가 잘 받아줬다.”
-남자친구인 배우 윤현민이 ‘저글러스’ 촬영에 어떤 응원을 해줬나?
“내가 초반에 캐릭터 잡으면서 부담을 느낀 점, 다리 다친 것에 걱정을 해줬다. 방송을 보면서 ‘잘 하고 있다’고 해줬다. 술 취한 연기를 보면서는 ‘재미있다’고 힘 되는 얘기도 많이 해줬다.”
-‘저글러스’를 통해 로코 연기에 눈을 뜬 것 같다
“이제 로코를 살짝 맛봤는데 욕심난다. ‘저글러스’는 로코지만 코믹이 강했다. ‘로맨스가 필요해’처럼 현실적인 로맨스도 해보고 싶다. ‘의문의 일승’ 이현주 작가님이 내 멘토인데, 여배우는 결이 있어야 한다고 말씀해주신다. 나는 29살이지만 아직 많은 인생 경험을 해보지 않아서 경험이 쌓였을 때 정통 멜로를 연기해보고 싶다.”
-‘저글러스’ 중 기억에 남는 장면은?
“초반 장례식 장면도 고민하고 찍어서 기억에 남는다. 그게 발목 다친 와중에 촬영한 것이어서 그런 것 같다. 당시에 촬영장으로 이동을 하다가 발목을 다쳤다. 참고 촬영을 했는데 나중에 보니 코끼리만큼 부어 있었다. 인대가 파열돼서 무서웠지만 어떻게든 해내고 싶었다. 어처구니없이 다리를 다쳐서 피해를 주고 싶지는 않았고, 침을 맞고서 다행히 나아졌다. 그래서 초반에 잘 보면 앵글에 발이 나오지 않았다. 그 밖에 윤이가 비 맞으며 치원이와 만나는 장면도 기억에 남는다. ‘늑대의 유혹’ 강동원 씨의 우산신처럼 대본에도 써있었는데, 나도 하얀 목도리를 해서 그 화사한 느낌을 살리려고 했다.(웃음)”
/서경스타 한해선기자 sesta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