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의 일본 자회사 라인이 모바일 메신저 기능을 넘어 아시아의 대표 금융 플랫폼(기반 서비스)으로 발돋움하기 위한 프로젝트를 본격 추진한다. 아시아 지역에서 확보한 1억7,000만명의 실사용자를 기반으로 간편결제와 암호화폐 거래 등 다양한 모바일 금융 서비스를 선보이겠다는 전략이다.
4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신중호 라인 최고글로벌책임자(CGO) 겸 라인플러스 대표는 국내 핀테크(기술 금융) 기업을 인수하기 위해 복수의 스타트업(창업 초기 기업)을 접촉한 것으로 확인됐다. 라인이 국내 스타트업을 직접 투자하거나 인수하려는 시도는 사실상 이번이 처음이다.
스타트업 업계의 한 관계자는 “라인이 국내에서 기술적으로 검증된 핀테크 기업을 인수해 일본과 동남아 지역에서 금융 서비스를 확장하겠다는 것”이라며 “1조원 이상의 수익을 낼 수 있는 영역이라고 판단한 듯하다”고 전했다. 구체적인 인수 대상으로는 블록체인 기술과 금융 거래 서비스 운영 경험이 풍부한 기업 등이 꼽히고 있다. 모바일 금융 서비스에 적합한 사용자환경(UI)·사용자경험(UX)을 개발한 스타트업도 거론된다.
신 CGO를 비롯한 라인 경영진은 카카오(035720)뱅크 등 국내 대표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을 기반으로 한 카카오의 모바일 금융 서비스 성공에 자극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게다가 카카오톡을 통해 사용할 수 있는 간편결제 서비스 카카오페이가 중국 알리페이의 모기업인 앤트파이낸셜서비스그룹으로부터 2억달러(약2,2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하고 포괄적 사업 제휴를 준비하고 있는 등 경쟁사의 움직임도 라인을 자극한 것으로 분석된다.
라인은 이미 일본과 대만·태국·인도네시아 등에서 간편결제 서비스인 라인페이를 출시하고 가입자 4,000만명 이상을 확보했다. 지난해 연간 누적 거래액은 4,500억엔(4조4,200억원)을 돌파했다. 특히 일본과 대만에서는 사실상 1위 간편결제 사업자로 뿌리를 내린 상태다. 별도의 애플리케이션(앱)을 깔지 않고 라인 내부에서 비밀번호만 입력한 뒤 바코드나 QR코드를 생성해 편의점 등에서 결제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으로 꼽힌다. 라인 사용자 간 송금도 가능하고 제휴 신용카드도 내놓았다.
이 같은 상황에서 라인은 최근 자회사 ‘라인파이낸셜’ 설립을 통한 일본 암호화폐 거래소 사업 진출도 선언했다. 라인페이를 통해 쌓은 모바일 금융 서비스 운영 경험과 블록체인 기술을 접목해 직접 암호화폐를 발행하고 이를 거래소에 상장시킬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라인페이에서도 현금으로 충전하는 형태의 ‘코인’ 기능을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시장에서 활발히 거래될 여지도 충분하다.
최종적으로는 한국 시장 진출도 모색할 것으로 전망된다. 라인은 아직 라인페이 등 금융 서비스를 한국에 출시하지 않은 상황이다. 국내에서는 모바일 메신저 라인의 영향력이 일본이나 동남아시아 등과 비교해 크게 낮기 때문이다.
간편결제 서비스 업계의 한 고위관계자는 “라인페이가 한국까지 사업 영역을 확장한다는 소문은 지난해부터 끊이지 않고 있다”면서 “꼭 국내 사업이 아니더라도 핀테크 기업 인수나 합작을 통해 국내에서 검증된 금융 플랫폼을 일본이나 동남아시아 시장에 도입해 사업 확장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