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국내증시

[투자의 창] 현금은 왕인가 독인가

최혜령 크레디트스위스 수석



아마존 주가는 지난 1997년 5월15일 상장 이후 10년 동안 6만4,000%라는 기록적인 상승률을 보였다. 창업주이자 최고경영자(CEO)인 제프 베이조스는 1997년 주주에게 보내는 서한에서 “우리는 끊임없이 회계상 실적과 회사 가치를 높일 현금 흐름 사이에서 선택을 강요받는다. 하지만 항상 우리는 현금 흐름을 선택할 것”이라고 한 바 있다.

회사가 공시하는 재무제표는 회사의 과거에 대한 기록이다. 투자자에게 가장 중요한 회사의 미래 가치를 결정하는 경쟁우위나 연구개발(R&D) 가치, 브랜드 파워, 또는 경영자의 능력에 대한 정보는 없다.


그렇다면 회사의 미래 유무형 가치를 쉽게 측정할 방법은 무엇일까. 바로 현금 흐름이다. 모든 회사는 한정적인 현금 자원을 가지기에 현금을 투자한 사업에서 미래에 얼마만큼의 현금이 재창출될 수 있을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관련기사



단기 성과로 평가받는 경영자에게 단기적 주가 상승의 유혹을 떨치기란 쉽지 않다. 데이비스 래커 스탠퍼드대 교수의 연구를 보면 회사 경영자들은 장기 투자를 하는 주주만 있다면 현재보다 주가가 15% 이상 높아질 것이라고 답했다고 한다. 아마존의 경우는 베이조스 CEO가 회사의 장기적인 가치 증대를 목표로 단기적 회계상 이익에 연연하지 않고 경영했고 그 결과 주주들은 10년 사이 기록적인 투자이익을 거뒀다. 회사의 유한한 자원인 현금을 어떻게 사용하는가에 따라 현금이 왕 또는 독이 될 수 있는 것이다. 투자처를 몰라 현금을 그냥 쌓아두거나 단순히 주가 상승이나 회계상 이익을 위해 주식 바이백에 지출하는 것은 현금이 회사의 경제적 가치와 주주 이익에 독이 되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행동주의 헤지펀드에 취약한 회사를 가리는 가장 대표적인 지표는 첫째, 현금이나 단순 투자 자산이 시가총액에 비교해 지나치게 많은가, 둘째 같은 업종에 있는 회사에 비해 투자자본수익률(ROI)이 낮은가이다. 즉 미래 성장동력의 원천이 되는 현금을 그냥 가지고 있거나 회사의 영업 자산을 제대로 배분하지 못해 상대적으로 낮은 ROI를 내는 회사들이 타깃인 것이다. 이런 회사는 현금을 가지고 단순히 배당을 주거나 바이백을 하고 비효율적 영업 자산을 매각하는 것만으로도 쉽게 주가가 오르기 때문에 행동주의 헤지펀드의 타깃이 되기 쉽다. 크레디트스위스 홀트에서 발표하는 행동주의 헤지펀드 취약 회사에는 한국의 유통회사들이 높은 현금 보유량과 낮은 ROI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최근 이마트(139480)는 현금 1조원을 투자해 새로 e비즈니스에 진출한다고 선언했다. 아직 신사업이 회사의 경제적 부가가치를 얼마나 상승시킬지는 판단할 수는 없지만 지금의 투자 결정이 회사의 가치 증대를 위한 결정이기를 응원한다.

이경운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