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보이스피싱 사기범들이 피해금을 현금화하는데 기존 대포통장 대신 암호화폐를 아용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암호화폐가 금융 범죄에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로 나타난 것인데요.
지난해 하반기에만 암호화폐 거래소로 흘러 들어간 보이스피싱 피해 자금이 148억원에 달했습니다. 정훈규기자입니다.
[기자]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보이스피싱 피해액은 2,423억원으로 한해 전보다 499억원 증가했습니다.
보이스피싱에 주로 악용되던 대포통장에 대한 관리가 강화됐음에도 암호화폐가 새롭게 피해금을 현금화하는 역할을 하면서 피해규모를 키웠습니다.
금감원이 은행권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지난해 하반기에만 암호화폐 거래소로 송금된 보이스피싱 피해액이 148억원에 달했습니다.
이는 지난해 피해액 증가분 499억원 중 약 30%에 해당합니다.
반면 골칫거리였던 대포통장은 지난해 발생 건수가 한해 전보다 2.6% 감소했습니다.
은행별로 고객 1만명 당 대포통장 발생 건수가 2건 수준에 불과했고, 농협은행의 경우 1건에도 못 미쳤습니다.
사기범들이 관리가 강화된 대포통장 대신 암호화폐를 현금화 수단으로 악용하고 있단 얘깁니다.
특히 암호화폐 계좌는 그동안 의심거래 모니터링이나 100만원 이상 입금 시 인출이 30분간 지연되는 자동화기기 인출 제한 등이 적용되지 않아 범죄를 저지르기가 더 쉬웠습니다.
한번에 거액 출금도 가능한 탓에 기존 보이스피싱 수법보다 건당 피해규모도 컸습니다.
암호화폐를 거친 보이스피싱 건당 피해금은 1,137만원으로 전체 평균 피해금 485만원의 2.3배 수준이었습니다.
사기범들은 피해자가 암호화폐 거래소 계좌로 직접 송금하면 이 돈으로 암호화폐를 구입한 뒤 전자지갑으로 이전해 현금화했습니다.
금감원은 암호화폐 거래 실명제 시행으로 이 같은 수법은 감소할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암호화폐 계좌가 보이스피싱에 악용되지 않도록 모니터링을 강화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정훈규기자 cargo29@sedaly.com
[영상편집 이한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