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중국 배터리 업체와 손잡고 중국에 선보인 순수전기차(EV)가 최근 중국 정부로부터 보조금을 받게 됐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여파로 경색됐던 한중 관계가 풀리면서 현대차(005380)의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인 중국 공략이 본격화되는 모습이다. 다만 배터리 비중이 큰 EV까지 중국 업체들에 내준 한국 배터리 업체들의 고심은 더 커지고 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의 중국법인인 베이징현대의 ‘뉴 위에둥 일렉트릭(EV)’은 2일 중국 정부가 발표한 보조금 지급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이 차량은 지난해 7월 출시됐지만 보조금 지급 명단에는 7개월여가 지난 이달에서야 이름을 올렸다. 지난해 현대차 측이 보조금을 선 할인해 400대가량 판매가 됐는데 이번에 정식 보조금을 받게 된 것. 또 현대차는 고객들의 요구를 반영, 항속거리를 300㎞로 30㎞ 이상 늘려 재인증을 받았다.
현대차는 그동안 순수 전기차에 국내 업체인 LG화학(051910)이 공급하는 배터리를 사용했다. 아이오닉EV가 대표적이다. 곧 출시될 예정인 코나EV 역시 LG화학 배터리를 쓰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중국 정부가 한국산 배터리를 장착한 친환경차는 보조금을 지급하지 않자 전략을 바꿔 중국 업체의 배터리를 채택했다. 이에 따라 이번에 보조금을 받게 됐다.
전기차는 HEV나 PHEV와 달리 보조금이 차량 가격의 최대 절반에 해당한다. 보조금을 받지 못하면 사실상 현지 판매가 어려워진다. 뉴 위에둥EV 역시 판매가(19만9,800위안) 중 보조금(8만9,000위안)이 44.7%다.
중국 정부는 오는 2019년부터 전기차 의무 판매 제도를 시행할 계획인 점도 현대차가 EV의 배터리를 중국산으로 갈아 끼운 이유다. 2019년부터 전기차 비중을 8%에서 매년 2%씩 늘려 2020년에는 10%까지 높여야 한다.
이번 뉴 위에둥EV는 일반 소비자보다 베이징 등 택시업체에 주로 공급된다. 이를 통해 현대차의 전기차 기술력을 중국 소비자에 알리고 내년 이후 출시될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코나 EV’를 통해 본격적으로 전기차 시장 공략을 강화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사드 경색이 풀리면서 현대차 전기차도 기지개를 켜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현대·기아차(000270)는 한국산 배터리를 단 쏘나타 PHEV와 K5 PHEV 등의 출시를 시도했다. 국내에서는 LG화학의 배터리를 탑재한 모델들이다. 하지만 보조금 지급이 제한되면서 약 1년여간 출시가 미뤄졌고 중국 현지 업체 CATL 배터리를 달고 제품을 올해 다시 내놓는다.
앞서 국내 배터리 업계에서는 HEV·PHEV에 보조금이 지급되지 않더라도 순수 전기차용 보조금 관련 문제만 해결되면 별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이번에 순수 전기차 역시 현대차가 중국 업체를 선택했고 보조금 지급 명단에도 이름을 올리자 업계의 고심도 커지고 있다.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인 중국에서 그나마 믿고 있던 한국 자동차 업체가 중국 업체와 손을 맞잡아 새로운 납품처를 마련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삼성SDI와 LG화학 등 한국산 배터리를 단 차들은 2016년 12월29일 이후 중국 정부의 보조금 명단에서 빠지고 있다. 중국 정부가 2016년부터 시행하는 ‘모범규준 인증 제도’도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사드 사태 이후 한중 해빙무드가 조성되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 업체들이 체감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중국 정부의 대응에 대한 정부 차원의 대응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박성호·강도원기자 theon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