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한국과 미국 간 정책금리 역전이 예상되는 가운데 미 금리 인상 속도가 더 빨라질 것이란 전망이 커지고 있다.
한국은행 뉴욕사무소는 6일(현지시간) 미 월가에서 올해 연방준비제도(Fed·연준) 금리 인상 기대가 강화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최근의 미국경제 상황과 평가’ 보고서를 보면, 지난 2일 주요 해외투자은행(IB) 16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6곳이 올해 금리가 4차례 인상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달 조사 때보다 2곳 늘었다. 3차례 인상 전망도 8곳에서 9곳으로 늘었고, 반면에 2차례만 인상한다고 예측하는 기관은 4곳에서 1곳으로 크게 줄었다.
이는 지난달 30∼31일 미 연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결과가 다소 매파적(통화 긴축 선호)이었다는 평가에 따른 것이다. 미 연준은 지난달 정책금리를 현 수준으로 유지했다. 그러나 탄탄한 경제 성장세와 고용지표 호조를 바탕으로 물가, 정책금리 전망 표현을 일부 긍정적으로 조정한 상태다. 연준은 “물가 상승률이 여전히 2%를 밑돌고 있으나 올해 확대돼 중기적으로 2%에 수렴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작년 12월 “단기적으로 물가 상승률이 2%를 하회할 것”이라고 밝힌 데서 진전된 표현으로, 금리 인상에 속도가 붙을 수 있음을 시사하는 발언으로 보여진다. 시장의 기대 인플레이션율도 여전히 낮다는 언급에서 “여전히 낮은 수준이지만 최근 몇 달간 상승해왔다”고 바꿨다.
제롬 파월 신임 총재가 처음 주재하는 3월 20∼21일 FOMC에서 금리가 인상될 가능성도 커졌다. 한은 뉴욕사무소는 “인플레이션 증대 조짐에 따라 미국 연준의 연중 금리 인상 기대도 강화되는 분위기”라며 “향후 인플레이션 지표 움직임, 연준 지도부 구성 변화, 감세의 경제적 효과 등을 계속 주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미국의 금리 인상 가속화 전망에 한은 고민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당장 다음 달 양국 정책금리 역전이 예상되는 데다가 앞으로 격차가 더 빨리 확대되면 한국 경제에 가해지는 부담도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한국의 기준금리는 연 1.50%로 미국 정책금리 상단과 같다. 이달 27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금리를 올리지 않으면 다음 달에는 미국 금리가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현재 한은이 이달 금리를 올릴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금리 결정에 주요 판단 기준이 되는 물가 상승률을 한은이 지난해 10월 1.8%에서 1.7%로 낮춘 것도 이 같은 분위기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 지난달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1.0%로 17개월 만에 최저이기도 했다. 금융시장에서는 하반기에 인상할 것이라는 의견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미 금리역전은 당장 외국인 자금 이탈을 초래하진 않지만 잠재적인 금융불안 요인으로 작용한다. 미국 금리 인상 가속화 전망에 글로벌 금융시장이 흔들리며 국내 금융시장도 동요했다. 미 장기 국채 금리는 4년 만에 최고로 올랐고 뉴욕 증시 주요지수도 일제히 급락했다. 이어 국내 투자심리도 얼어붙어 전날 코스피 지수가 1.33% 떨어졌고, 코스닥 지수는 4.59% 하락해 10년6개월 만에 가장 큰 낙폭을 기록했다. 원-달러 환율은 급등해 장중 1,090원대를 찍었다.
오석태 한국 소시에테제네랄(SG) 증권 수석이코노미스트는 “한국 주식시장은 특히 국제금융시장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며 “당분간 미국 주식시장이 조정되며 한국 주식시장도 상승세를 이어가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한미 금리역전이 외국인 자금 유출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는 않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외국인 자금 이동에서 한미 금리 차가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며 “한미 금리가 역전해도 자금 이탈 우려는 크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주환 인턴기자 juju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