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람이 계정을 무한정으로 생성해 중복 청원할 수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청와대 국민청원을 두고 조작 논란이 커지고 있다.
지난달 5일 청와대 국민청원 페이지에 ‘초.중.고 페미니즘 교육 의무화’ 청원이 올라왔다. 해당 청원은 결과적으로 21만3,219명이 참여해 ‘한 달 내 20만명 참여’라는 청와대의 공식 답변 기준을 충족했다. 문제는 청원 마지막 날에 청원 수가 비정상적으로 급증했다는 점이다. 청원 마지막 날인 지난 5일 오후 5시까지는 한달간 15만 명 가량이 참여했다. 마감 시간까지 남은 불과 7시간 동안 청원에 동의한 사람이 6만여 명 이상 급증한 것이다.
이 때문에 국민청원 조작 논란이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 몇몇 사이트에 “중복 참여가 가능하니 해당 청원에 참여해달라”라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청원 참여를 독려하던 일부 이용자가 온라인상에 ‘트위터, 카카오톡을 통한 중복 참여 방법’을 공유한 것이다. 이들은 웹사이트에 “카카오톡 계정 설정에서 ‘청와대’ 계정과 연결을 끊은 후 다시 연결하면 무한히 동의할 수 있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본지가 확인한 결과에서도 이 청원은 트위터 비중이 다른 청원에 비해 비정상적으로 높았다. 같은 사람에 의한 중복 청원이 상당수 포함돼 있을만한 소지가 있다는 얘기다. ‘페미니즘 교육 의무화’ 청원의 경우 1,000건 중 218건(21.8%)이 트위터 로그인으로 확인됐다. 비슷한 참여 수(23만3,842명)를 기록한 ‘미성년자 성폭행 형량 증가’ 청원의 24건(2.4%)보다 월등히 앞섰다.
이처럼 국민청원 조작 논란이 불거지면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항의성 청원이 빗발치고 있다. ‘국민청원 게시판 리뉴얼’이라는 청원을 올린 한 네티즌은 “왜곡된 방법으로 개인이 다수의 표를 행사하는 현 시스템은 심각한 문제다. 중복 참여를 막을 수 있는 수단을 마련하지 않는 이상 국민청원 게시판은 폐쇄하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 다른 네티즌은 “부정한 방법으로 답변이 가능하게 돼 있는데 내버려둔다는 건 적폐를 눈감아 주겠다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게시판에 “청원 20만명을 채우기 위해 조작한 사람을 처벌해달라”라는 청원이 올라오기도 했다.
청와대도 문제점을 인식하고 카카오톡으로 청원 사이트에 로그인할 수도 없도록 하는 등 보완책 마련에 나선 상태다. 청와대는 이날 “우선 카카오톡을 통한 국민청원 동의를 막아둔 후 중복 투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보완책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청와대 국민청원은 본래 페이스북과 트위터, 카카오톡, 네이버 등으로 참여가 가능한데 이 중 문제가 된 카카오톡 로그인을 막아둔 것이다.
다만 청와대는 해당 청원에는 공식 답변을 내놓기로 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모니터링 결과 카카오톡을 통한 중복투표가 ‘대세를 뒤집을 정도’로 몇만 건씩 몰린 수준은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트위터의 경우 중복투표를 하려면 매번 계정을 새로 만들어 참여해야 하는 번거로운 과정이 있어 고려하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홍태화인턴기자 taehwa@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