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만경봉호로 뚫린 대북제재 이게 끝일까

평창동계올림픽 기간 중 강릉과 서울에서 공연할 북한 예술단이 만경봉 92호를 타고 묵호항에 도착했다. 공연단의 숙식 편리를 위해서라는 게 북측의 논리다. 원래 북측이 제시한 경로는 판문점이었지만 경의선 육로로 바뀌었다가 이번에 다시 해상으로 변경됐다. 이 모든 결정은 북측의 일방적 통보로 이뤄졌다. 북한 예술단 사전점검단 방한 때나 금강산 남북합동공연 취소 때와 달라진 게 하나도 없다.


더 큰 문제가 있다. 만경봉호 같은 북한 선박은 원칙적으로 남측 바다를 항해할 수 없다. 천안함 피격 이후 이뤄진 대북제재 5·24조치에 위반되기 때문이다. 이를 뻔히 아는 북측이 굳이 육로를 마다하고 바닷길을 택한 데는 대북제재 예외의 선례를 만들겠다는 속셈이 숨어 있다고밖에 볼 수 없다. 통일부가 평창올림픽 성공을 명분으로 만경봉호에 예외를 적용한 것은 북한의 이러한 의도에 말려든 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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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 뚫린 대북제재가 이번으로 끝난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한번 빈틈이 생겼으니 북한이 이를 놓치지 않고 더 많은 예외를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 만경봉호가 이번 대북제재 예외 적용의 ‘끝’이 아니라 ‘시작’으로 보는 시선도 적지 않은 이유다. 예외를 계속 허용한다면 가뜩이나 대북제재가 못마땅한 중국이나 러시아가 공조 대열에서 이탈할 수 있는 명분을 갖게 된다.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공조체계에 심각한 손상이 우려되는 대목이다.

북한이 평창올림픽을 체제 선전장으로 삼고 한미동맹의 균열을 노린다는 사실은 명백하다.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이 한국행 비행기를 타면서 “북한의 위장전술을 막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언급한 대목은 의미심장하다. 평창올림픽이 끝나면 전략적 인내도 막을 내리는 만큼 대북제재와 압박에 다시 고삐를 죌 것임이 분명하다. 북한이 핵을 포기하게 하려면 우리도 이에 보조를 맞춰야 한다. 한반도 비핵화라는 우리의 목표가 양보로 달성될 수 있다는 착각은 버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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