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新남방정책 금융이 이끈다⑦.끝] 기업銀, 인니 아그리스銀 인수...속도 붙는 '동아시아 금융벨트'

<7·끝) IBK기업은행

조만간 추가 인수·합병...하반기 현지법인 설립

베트남 지점 법인화·미얀마 사무소 지점 전환 등

김도진 행장 '中企금융 아시아 리딩뱅크' 가시화





김도진(앞줄 오른쪽 두번째) 기업은행장이 지난해 3월 베트남 하노이 지점을 방문해 현지 직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제공=기업은행김도진(앞줄 오른쪽 두번째) 기업은행장이 지난해 3월 베트남 하노이 지점을 방문해 현지 직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제공=기업은행


6일 국내에 모처럼 낭보가 날아들었다. IBK기업은행이 인도네시아 외환거래 전문은행인 ‘아그리스은행(Bank Agris)’을 전격 인수했다는 소식이다. 금융권 전반이 뒤숭숭한 상황에서 국내 은행의 경쟁력을 확인해준 작은 계기가 됐다.

기업은행은 이날 인도네시아 ‘아그리스은행’의 대주주인 DIP와 조건부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인수 대상은 DIP가 보유한 아그리스은행 지분 82.59%다. 아그리스은행은 외환거래 라이선스가 있고 전국 영업망도 가지고 있어 기업은행이 현지 영업력을 단박에 끌어올리는 호재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동남아 은행 인수는 김도진 기업은행장이 취임부터 밑그림을 그려온 프로젝트다. 김 행장은 “국내 기업을 상대로 한 ‘우물 안 영업’을 벗어나 동남아 등 글로벌 시장으로 영역을 넓혀야 한다”는 생각이 확고하다. 좁은 국내 시장에 만족할 게 아니라 글로벌 시장을 상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 행장은 사석에서도 “내게 임기가 주어지는 한 해외이익 비중이 전체 이익의 20%까지 올라갈 수 있게 기반을 다져놓겠다”고 입버릇처럼 말해왔다.


실제 기업은행은 지난해부터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해외 네트워크를 확대해왔다. 김 행장은 지난해 취임 초기 ‘IBK동아시아벨트 구축’을 경영 화두로 삼고 중장기 계획을 수립해 해외진출을 추진하고 있다. 이와 동시에 오는 2025년까지 현재 7%인 해외이익 비중을 20%까지 높이겠다고 밝혔다. 현재 11개국 27개인 네트워크를 20개국 165개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를 실현하기 위한 핵심 경영 화두가 신남방 지역을 중심으로 한 IBK동아시아벨트 구축이다. 동아시아 지역으로 국내 중소기업의 진출이 늘고 있고 성장잠재력이 풍부한 동아시아 지역은 기업은행이 가진 중소기업금융 노하우를 펼치기에 적소라는 것이다. 이를 위해 현재 현지 금융사 인수합병(M&A)과 지점 설립, 지분투자 등 가능한 모든 방법을 검토하고 있다. 기업은행의 한 고위관계자는 “한국 경제발전 과정을 통해 지난 60년간 쌓아온 중소기업금융 노하우를 동남아 금융당국과 정부와 공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진출국 산업 기반과 경제발전에 기여하기 위해 현지 중소기업고객에 대한 금융지원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더구나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말 ‘신남방’ 정책을 발표한 후 금융권에서 나온 첫 가시적인 성과라는 점에서 의미를 갖는다는 평가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김 행장은 국내뿐 아니라 해외 현지에 진출해 있는 우리나라 중소기업들을 지원하는 ‘동반자금융’을 강조해왔다”며 “동남아 지역을 중심으로 한 ‘IBK아시아금융벨트’ 구축 목표가 빨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기업은행은 아그리스은행 인수와 함께 조만간 은행 한 곳을 추가로 인수해 합병한 뒤 하반기 현지법인을 설립할 계획이다. 이는 점진적인 현지 지점 개설을 통해 해외에 진출해오던 전략과 달리 현지 은행을 인수한 뒤 법인으로 전환해 지점 수를 확 늘려 규모의 경제를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기업은행의 현지 영업력이 순간적으로 커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기업은행 입장에서도 지난 1961년 은행 설립 이래 최초로 이뤄진 해외 은행 인수라는 점에서 획을 긋는 ‘사건’이다. 공기업 분위기가 남아 있는 기업은행이 이같이 파격적인 해외 M&A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김 행장의 강력한 리더십이 한몫했다는 평가다. 김 행장은 아그리스은행 M&A 과정을 진두지휘하며 극비에 부쳤다. 김 행장과 글로벌 부문 고위임직원 몇 명만 알 정도로 기업은행 내부서도 막판까지 비밀리에 진행됐다. 자칫 외부로 노출되면 딜이 깨질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더구나 국내 은행들이 동남아 은행 M&A를 주목하는 상황에서 국내 은행 간의 괜한 경쟁만 불러올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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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관계자는 “기업은행은 다른 경쟁 은행에 비해 해외 네트워크가 상대적으로 취약했다”며 “그러나 아그리스은행 인수로 기업은행도 동남아 진출국을 확대하며 이른바 동남아 네트워크 구축에 성공해가고 있다”고 말했다.

기업은행은 베트남에서 호찌민과 하노이 2개 지점의 법인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현지 기업의 금융수요가 부쩍 늘고 있으나 베트남 정부는 외국 은행의 지점 개설을 2개로 제한하고 있어서다. 현지 중앙은행의 인가절차를 진행하고 있으며 2019년에는 완료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다만 그전까지 금융서비스를 늦추지 않기 위해 기존 지점의 인력을 확충하는 대형화도 병행하고 있다.

현재 사무소 형태인 캄보디아와 미얀마도 지점 전환을 목표로 최선을 다하고 있다. 캄보디아는 현재 지점 전환을 신청해놓은 상태로 이르면 올해 안에 인가가 날 것으로 기대된다. 미얀마는 정부에서 인가 접수를 받는 시점을 기다리며 철저히 준비하고 있다. 현재 마닐라지점 하나를 개설한 필리핀에서는 앞으로 지점을 5개까지 늘려갈 계획이다. 뉴델리지점을 오픈한 지 2년여가 지난 인도에는 안착이 완료됐다 판단되는 시점에 다른 지역으로의 확장도 이어가려 한다.

김 행장은 지난달 미얀마 양곤사무소와 캄보디아 프놈펜사무소를 직접 방문해 사무소 운영현황을 점검하고 직원들을 격려하는 등 현장경영을 강화하고 있다. 기업은행의 정체성을 아시아 중소기업금융 리딩뱅크로 삼은 김 행장의 목표도 점점 가시화되고 있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적은 네트워크에도 불구하고 기업은행이 진출한 지역에서는 국내와 마찬가지로 중소기업금융 강자로서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며 “2013년 개점한 베트남 하노이지점의 경우 지점 개점 후 매년 43%의 자산성장률을 기록하고 있고 지점임에도 불구하고 상업은행에 준하는 프로젝트금융, 방카슈랑스, 빠른 송금서비스 등 다양한 금융상품 및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주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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