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기고] 남극에서 해양강국의 미래를 그리다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

세종과학기지 30주년 맞아

독자적인 내륙진출로 개발

남극 연구 선도국 역할 수행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




지난 1월 23일 서울에서 1만7,240㎞ 떨어진 남극 킹조지섬에서 세종과학기지 30주년 기념행사를 열었다. 극한의 땅에서 우리 기지를 묵묵히 지키고 있는 월동대원들과 러시아·칠레 등 세종과학기지 주변 국가의 기지 대표들이 행사에 참석했다. 우리나라의 남극 진출 30년을 돌아보며 새로운 시작을 다짐하는 뜻깊은 시간이었다. 행사 참석을 위해 한참을 걸려 도착한 남극 땅에서 설원 위에 꽂힌 태극기를 처음 만나던 날 가슴을 울리던 감격은 한국에 돌아온 지금도 생생하게 남아 있다.

남극은 한때 접근할 수 없는 불모지이자 얼음의 땅으로만 여겨졌다. 그러나 남극이 보유한 막대한 자원과 범지구적 환경변화를 연구할 수 있는 공간으로서의 과학적 가치가 주목받으면서 1950년대부터 열강을 중심으로 본격적인 남극 진출이 시작됐다.


우리나라는 1986년 33번째 국가로 ‘남극조약’에 가입했다. 1988년에는 남극세종과학기지를 건립하면서 본격적인 남극 연구에 들어갔다. 이후 1989년 남극조약 가입국 중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있는 국가인 ‘남극조약협의당사국’ 지위를 획득하면서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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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과학기지는 1988년 당시 13명의 적은 인원으로 개소했다. 하지만 지난 30년간 3,000명이 넘는 연구자들이 거쳐 가면서 남극 연구의 중심지로 급부상했고 값진 성과도 이뤄내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국내 천연가스 연간 소비량인 약 3,000만톤의 200배에 해당하는 미래 청정에너지 ‘가스하이드레이트’ 매장지를 발견한 것이다. 이 외에도 세종기지 인근의 펭귄 거주지를 남극특별보호구역으로 지정(2009년, 나레브스키 포인트)해 생태연구와 보호구역 환경관리에도 앞장서고 있다.

우리나라가 이렇게 남극 연구를 주도하는 국가의 반열에 당당히 이름을 올리게 된 것은 영하 30도를 넘나드는 혹독한 추위 속에서 세종과학기지를 지켜온 우리 대원들의 숨겨진 노고 덕분이다. 이들은 최저온도 영하 39도, 순간 최대풍속 초속 50m에 이르는 극한환경에서도 몸을 아끼지 않고 연구활동 및 기지운영 임무에 성실히 임해왔다. 이러한 헌신적인 노력을 바탕으로 세종과학기지에 이어 2014년에는 남극대륙 동남쪽에 장보고과학기지를 설립했다. 이로써 우리나라는 남극에 2개 이상의 기지를 운영하는 열 번째 국가가 됐다. 현재 정부에서는 남극 연구를 보다 체계적으로 수행해 우리나라가 극지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착실히 준비하고 있다. 2017년 4월에는 ‘제3차 남극연구활동기본계획(2017~2021)’을 만들어 ‘인류 공동의 현안 해결에 기여하는 남극 연구 선도국’이라는 비전 달성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전 지구적 환경변화 예측 및 대응을 추진하고 남극 생물의 유전적 특성을 활용한 극지생명자원 실용화 연구도 수행할 예정이다.

또 장보고기지를 활용해 남극점을 향한 독자적인 내륙진출로를 개발하고 남극특별보호구역 등에 대한 관리 및 연구도 추진해 남극 연구 선도국으로서의 역할을 적극적으로 해나갈 계획이다. 이에 더해 주변 기지 국가들과 긴밀한 협력관계를 구축함으로써 국제사회에서의 입지를 강화하고 보다 충실하게 연구할 수 있는 기반을 쌓아갈 것이다.

흔히 과거에는 전방이라 하면 38도선을 떠올렸다. 이제 남극이 대한민국의 과학영토와 경제영토를 확장해나가기 위해 반드시 개척해야 하는 최전방 지역이다. 앞으로 우리는 지난 30년 동안 일궈낸 남극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100년, 200년에 이르는 무수한 시간까지 남극에서의 새로운 역사를 써내려갈 것이다. 이번 세종과학기지 준공 30주년을 계기로 남극이 가진 진정한 가치를 재확인하고 대한민국이 글로벌 해양강국으로서 극지 황금시대를 맞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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