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외국인 주식투자에 양도소득세를 강화하려던 계획을 접었다. 한국 증시에 대한 저평가, 이른바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커지리라는 우려 때문이다.
기획재정부는 지난달 발표한 세법 시행령 개정안에서 국내 상장주식을 5% 이상 보유한 외국인에게 양도세를 물리는 방안을 제외한다고 6일 밝혔다. 정부는 관련 과세 인프라를 확충해 올 하반기 다시 검토하겠다고 했지만 사실상 철회나 다름없다. 기재부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다시 추진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해 8월 세법 개정안을 발표하면서 올 1월부터 국내 상장주식을 팔아 남긴 이익에 양도세를 물리는 외국인 대주주 범위를 지분율 25% 이상에서 5% 이상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내국인은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지분이 1% 이상만 돼도 양도세를 매기고 있어 형평성을 맞추자는 취지에서다. 하지만 시장 반발이 커지자 지난달 시행 시기를 올해 7월로 미뤘다.
시행 유예에도 우려의 목소리는 계속됐다. 특히 글로벌 투자지표를 만드는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과 파이낸셜타임스스톡익스체인지(FTSE) 등 기업도 경고에 가세했다. FTSE는 최근 성명을 통해 “주가지수를 신뢰하는 투자자들이 한국을 제외한 지수로 기준을 바꿀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MSCI 역시 “세법 개정안은 한국 증시에 대한 접근성을 떨어뜨려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우려했다. 25% 지분을 가진 외국인은 쉽게 파악이 되지만 5% 보유자는 증권사가 알기 어려워 과세가 사실상 어렵다는 지적도 나왔다.
기재부는 이런 의견들을 검토한 결과 외국인 주식투자 양도세 강화가 부정적 영향이 크고 실효성이 낮다는 결론을 내고 이날 사실상 철회 입장을 내놓았다.
금융 업계는 정부 결정에 환영의 뜻을 드러냈다. 권용원 금융투자협회장은 “투자자들의 어려움을 정책에 반영한 정부 결정을 환영한다”며 “자본시장 활성화를 위한 국내외 투자자들의 안정적인 투자 기반이 조성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