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OECD리포트] 교육 형평성 제고 위한 OECD의 제언

박정호 KDI 경제정보센터 팀장

'성적별 묶기' 보다 '섞어서 가르치기'가 학습동기 높여

박정호 KDI 경제정보센터 팀장박정호 KDI 경제정보센터 팀장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3년마다 국제사회의 학업 성취도를 상호 비교할 수 있는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Programme for International Student Assessment) 결과를 정례적으로 발표하고 있습니다. PISA는 만 15세 학생들을 대상으로 수학·읽기·과학 등 기초 소양 수준과 추이를 비교하기 위한 지표로 가장 최근에는 3년 전인 지난 2015년에 집계 결과가 발표됐으며 2018년인 올해 새로 집계돼 발표될 예정입니다. 가장 최근에 발표된 PISA 2015년 결과는 OECD 회원국 35개국을 비롯해 비회원국 37개까지 총 72개국이 참여했고 우리나라는 168개교 총 5,749명이 참여한 바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그간 PISA 결과에서 세계 최상위권의 성과를 보여왔습니다. 조사 참여 국가 중에서 수학 영역에서는 2009년 1~2위, 2012년 1위, 2015년 1~4위 수준으로 최정상을 기록했습니다. 읽기 영역은 2009년 1~2위, 2012년 1~2위, 2015년 3~8위를 기록했고 과학 영역 역시 2009년 2~4위, 2012년 2~4위, 2015년 5~8위를 차지해 그야말로 세계 최정상의 학업 성취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런 추이만 보면 우리 교육 현장은 큰 문제가 없어 보입니다. 물론 우리나라는 캐나다·핀란드·노르웨이 등과 함께 비교적 교육 격차도 적으면서 최상위권의 학업 성취도를 보이는 국가로 분류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관련 조사 결과를 보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걱정을 자아내는 부분도 많습니다.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로는 우리나라 학생들의 학업 동기 및 자기 신념이 부족하다는 점입니다.



☞ 韓 성적 좋지만 학업흥미 없어

PISA 학업성취도 최상위 불구

스스로 공부하는 힘 평균 이하

학교·학생 간 격차도 점점 커져

☞ 평등한 교육기회 제공 더 중요


학업 성적별·소득별 차등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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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움 즐기는 환경 구축에 힘써야

우리나라 학생들의 수학·과학 분야에서의 학습 동기와 자기 신념은 OECD 국가 평균 수준보다도 낮은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입니다. 이는 다시 말해 지금 배우는 내용이 미래의 학습에 도움이 된다든가, 직업 선택 시 유용하다는 도구적 동기가 미약하고 학업 과정에서 주어진 과제를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는 자신감 또한 결여돼 있다는 의미입니다.

학생 스스로 학습 동기를 갖고 있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은 학업 성취도 측면에 있어 커다란 차이를 유발합니다. 수학의 경우 OECD 회원국 평균적으로 학습 동기가 높은 학생이 그렇지 않은 학생보다 평균 18점 이상 높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대만·노르웨이와 함께 30점 이상의 가장 큰 편차를 보이는 국가로 분류됐습니다.

우리 교육의 또 다른 문제점으로는 학교 내, 학교 간 학업 성취도 격차가 크다는 점입니다. 우리나라의 학교 내, 학교 간 학업 성취도 격차는 OECD 평균보다 큰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학교 간의 격차보다 학교 내 학생들 간의 격차가 더욱 큰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러한 학업 격차 확대는 최상위권 학생 비율과 하위권 학생의 비율이 함께 상승하는 현상을 유발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OECD는 학업 동기 고취와 학업 성취도의 평준화를 위해 어떠한 방식을 권하고 있을까요. OECD에 따르면 학생들의 능력에 따라 서로 다른 학교 내지 학급을 배정하는 국가보다 그렇지 않은 국가에서 학생들의 학습 의욕이 더욱 고취된다고 합니다. 또한 유복한 계층의 학생과 취약계층의 학생이 같은 학교를 다닐 경우 기초 학력 미달 학생의 비율을 줄이는 효과가 더욱 큰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러한 현상은 능력별 학생 배정이 덜한 국가, 성적별 학교 선택이 덜한 국가, 학생 선별을 고학년으로 늦춘 국가에서 더욱 강화되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하지만 학업성취도별로 학생을 구분하지 않은 교육 시스템이 만병통치약은 아닙니다. 학업성취도에 따른 구분 없이 교육하는 것이 기초 학력 미달 학생의 비율을 줄이는 효과는 있지만, 소수의 상위권 학생들의 성취도를 더욱 높이는 데는 오히려 비슷한 수준의 학생들을 분류하는 것이 보다 효과적인 방식으로 드러났기 때문입니다.

학창시절의 교육 기회는 이후 개인의 삶에 지속적인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이와 함께 지식의 수명이 짧아지면서 평생 학습을 즐기는 학습 분위기 조성과 동기 부여가 중요해지는 상황입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우리의 교육 환경을 보다 개선하기 위해 이상에서 열거한 OECD의 조사 결과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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