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영(사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6일 문재인 대통령이 언급한 정부 개헌안에 대해 “단순히 야당을 압박하려는 카드만은 아니다”라며 “국회 차원의 개헌안 도출에 실패할 경우 대통령이 직접 발의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또 정부가 마련 중인 개헌안에는 최대 쟁점인 권력구조 개편까지도 포함해 검토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회 헌법개정·정치개혁특위 여당 간사를 맡고 있는 이 의원은 이날 의원회관에서 가진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문 대통령은 개헌에 관한 국민들과의 약속을 지키고자 하는 의지가 매우 강하다”며 “만약 대통령의 개헌안에 대해 국민적 공감대가 높을 경우 야당도 개헌안 부결에 따른 역풍을 고려해 마냥 반대만 고집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통령의 정부 개헌안 카드가 개헌에 미온적인 야당을 압박하기 위한 용도가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압박하려면 여러 방법이 있을 텐데 굳이 그런 방법을 쓰겠느냐”며 실제 정부 개헌안 발의까지도 적극 검토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문 대통령은 전날 자문기구인 정책기획위원회에 정부 차원의 개헌안을 준비하라고 지시하며 지지부진한 개헌 논의에 다시 불을 지폈다. 이에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대통령 독자개헌’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야당 반발에 대해 이 의원은 “만약 대통령이 올해 지방선거에 끼칠 영향 등을 고려해 개헌을 먼저 미루자고 했다면 야당이 가만히 있었겠느냐. 아마도 탄핵 주장까지 나왔을 것”이라며 “헌법에 대한 약속을 헌신짝처럼 내버린다면 대통령은 물론 여야 정치인 모두 국민에게 존경받을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대통령이 지시한 정부 개헌안에는 개헌의 최대 쟁점인 권력구조 개편문제도 포함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처음부터 권력구조만 빼고 개헌안을 만들겠다고 못 박고 시작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국민들이 가장 크게 공감할 수 있는 안을 중심으로 권력구조 문제를 검토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그동안 수차례 선호 의사를 밝히고 여당도 당론으로 채택한 대통령 4년 중임제가 정부 개헌안에 우선 검토될 것으로 보인다.
이 의원은 앞으로 시간은 촉박하지만 국회에서 여야가 정치적 합의만 한다면 4월 초 개헌안 발의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6월 지방선거와 동시 개헌투표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야당 주장에 대한 반박이다. 그러면서 세부적인 개헌내용에 대해서도 충분히 야당과 접점을 찾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방분권과 기본권, 선거제도 등에 있어서는 야당과도 적지 않은 공감대를 이뤘다”며 “헌법재판소장과 대법원장 등 헌법기관장을 국회가 구성한 독립된 인사추천위원회에서 지명하는 방안도 논의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대통령 권한의 분산 방법 중 하나로 국무총리를 국회가 선출 또는 추천하거나 국회 상임위의 추천을 받아 장관을 임명하는 안에 대해서는 “협상하는 과정에서 우리 패를 먼저 다 깔 수는 없다”며 말을 아꼈다.
지방선거와 개헌투표를 분리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한국당을 향해서는 “개헌 문제를 지방선거의 유불리로 연결 짓는 것은 소아적인 발상”이라며 “야당이 꼼수를 부리다가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1987년 민주화 항쟁 당시 투쟁의 한복판에 서 있다가 30년이 지난 지금 국회에서 개헌을 이끌고 있는 이 의원은 “촛불 혁명을 통해 대선 승리와 정권 교체는 이뤄냈지만 항쟁의 주체가 개헌의 주체가 돼야 하는 숙제가 남아 있다”며 “국민적 요구를 개헌안에 담아내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사진=이호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