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개방형 병원만 입주할 수 있었던 인천 송도 경제자유구역에 국내 종합병원 설립이 허용된다. 기존 국내 병원에 대한 기회를 늘리는 규제 완화지만 투자개방형 병원을 활성화해 외국 자본을 유치하려던 계획이 물거품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기획재정부는 7일 이 같은 내용의 현장밀착형 규제혁신 추진방안을 발표했다.
방안에는 현장에서 문제가 제기된 50개 규제를 개선하는 내용이 담겼다. 우선 투자개방형 병원만 입주할 수 있었던 송도 경자구역에 국내 종합병원도 들어올 수 있게 관련 규정을 바꾼다. 지난 10년간 송도 경자구역에 대한 투자개방형 병원 유치가 계속 무산된 만큼 수요가 있는 국내 종합병원에 문을 열어주자는 취지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고시변경만으로 가능한 사안이어서 올해 1·4분기부터 추진할 수 있다”며 “현재 1~2곳이 관심을 표명한 상태”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노선 변경은 정부가 ‘의료 민영화’라며 반대하는 시민단체 등 여론에 못 이겨 투자개방형 유치계획의 본래 취지를 부정하는 것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처음 투자개방형 병원 설립을 허용했던 김대중 정부는 이를 통해 한국을 ‘동북아 의료허브’로 만들 계획이었다.
경기도 화성시 송산에 디즈니랜드 같은 테마파크를 유치하는 사업은 다시 추진한다. 화성시와 한국수자원공사 등은 2007년부터 미국 유니버설스튜디오 등의 유치를 추진해왔으나 실패했다. 사업이 궤도에 오르면 직접고용 1만명에 3조원의 투자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게 정부 설명이다.
이 밖에 △방산업체가 수출할 때 수출입은행 등 보증 허용 △모바일 온누리상품권 이용 허용 △파주출판단지 내 건물임차형 북카페 허용 등의 내용도 규제혁신 추진방안에 포함됐다.
서비스 연구개발(R&D) 추진전략에는 낙후된 서비스 산업의 체질을 바꾸기 위한 연구개발 지원 강화 방안도 담았다. 정부의 서비스 R&D 투자를 향후 5년간 5조원 규모까지 확대한다. 지난해 서비스 R&D는 6,600억원, 올해는 7,700억원에 그쳤다. 민간기업의 R&D 지원도 늘린다. 지금은 정보서비스·금융보험업 등 19개 업종만 최대 25%의 세제혜택을 주는데 앞으로는 유흥업 등을 제외하고 모두 허용하기로 했다. 숙박·차량공유, 헬스케어 등 신서비스 분야도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소프트웨어(SW)·콘텐츠·관광·물류 등 신성장 서비스 분야 창업기업에 대한 세금 감면도 확대할 예정이다. 지금은 창업 5년 이내 기업에 소득·법인세 50%를 깎아주는데 앞으로는 초기 3년 기업은 75%까지 감면율이 늘어난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기득권 계층이 혁신을 가로막고 있는 규제도 공론화를 통해 해결책을 모색해나갈 것”이라며 “연구개발 시스템 개선, 창업 활성화 등에도 주력해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말했다.
/세종=서민준기자 morandol@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