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길(사진) 생명보험협회장은 생보사들이 당면한 현안인 새 국제회계기준(IFRS17)과 신지급여력제도(K-ICS)를 단계적으로 적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2021년 시행 예정인 IFRS17과 K-ICS에서는 보험부채가 시가로 평가돼 보험회사들이 그만큼 자본을 더 확충해야 한다. 이 때문에 대형 생보사들도 대주주의 증자 여력이 없으면 매물로 나올 수 있다는 관측마저 나오면서 생보사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신 회장은 8일 종로구 생명보험교육문화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IFRS17과 K-ICS 두 가지를 동시에 하는 나라는 한국이 처음”이라며 “두 가지를 한번에 시행하는 것은 업계로서 대단히 어려운 과제여서 금융 당국이 다시 한번 검토해달라고 건의했다”고 밝혔다. 생보 업계가 생존의 위협을 느낄 정도로 추가 자본확충에 민감한 상황인데도 금융 당국이 업계와 소통하지 않고 예정된 일정이라는 이유로 IFRS17 시행을 강행하자 신 회장이 고민을 토로한 것으로 풀이된다. ★2017년 12월19일자 38면 참조
생보사 관계자는 “유럽의 자본 건전성 규제인 솔벤시(Sovency)Ⅱ는 보험회사가 16년에 걸쳐 점진적으로 관련 내용을 반영하도록 하고 있다”며 당국의 시행 강행에 불만을 토로했다.
신 회장은 다만 “보험사들이 적응하고 준비할 수 있도록 단계적으로 적용해달라는 것이지 제도 자체를 연기해달라는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신 회장은 또 ‘문재인 케어’ 도입에 따른 실손 의료보험료 인하 압박에 대해 “비급여를 급여로 해 보험 업계가 반사이익을 보는 만큼 보험료를 내려야 한다는 논리는 타당하지만 과연 그러한지는 일단 (문재인 케어를) 시행해봐야 한다”며 “인하 여력이 있으면 당연히 인하해야 하겠지만 (시행 이전인) 현 단계에서 인하할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밝혔다. 정부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를 위해 비급여 부분을 급여로 전환하는 ‘문재인 케어’를 도입하면 보험사의 실손보험 손해율이 낮아져 반사이익을 보는 만큼 보험료를 인하해야 한다는 논리를 펴왔다. 이에 대해 보험사들은 반사이익을 얼마나 보는지도 검증되지 않는 상황에서 어떻게 실손보험료를 내릴 수 있느냐며 반발해왔다.
‘문재인 케어’가 실행된 후에야 실손 의료보험료 인하 여부를 판단할 수 있지, 지금처럼 ‘정부가 막무가내로 인하하라고 해서 인하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고 선을 그은 것이다. 신 회장은 “과거 정부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으로 비급여 부분이 급여로 전환됐음에도 실손보험 손해율이 130% 내외로 크게 변하지 않았다”며 근거도 제시했다. 비급여를 급여로 전환해도 병원 등 의료계가 새로운 비급여 항목을 신설하기 때문에 의료비 지출이 줄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신 회장은 “일종의 풍선효과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