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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히 살 것처럼 가꾸고 오늘만 살 것처럼 연기하다…중년 여배우 전성시대

'돈꽃' 이미숙 명불허전 악녀 연기

'미스티' 김남주 성공지향적 인물로

엄마·바람난 남편 아내·며느리 아닌

'인간 여성'에 방점 시청자 사로잡아

이미숙과 김남주가 중년 여배우의 안방극장 전성시대를 쌍끌이하고 있다. 관록의 두 배우는 여배우의 생명은 기껏해야 30대까지라는 편견을 깨고 이미숙은 ‘돈꽃(MBC)’으로, 김남주는 ‘미스티(JTBC)’로 그 어느 때보다 빛나는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는 것. 이들은 특히 40대 이상 여배우가 숙명처럼 받아들여 하는 엄마 역할 혹은 바람난 남편의 아내 혹은 시집살이하는 며느리가 아닌 ‘인간’에 방점이 찍힌 여성의 이야기로 시청자들을 사로잡고 있다.

‘돈꽃’ 이미숙‘돈꽃’ 이미숙




‘돈꽃’ 이미숙‘돈꽃’ 이미숙


1960년 생인 이미숙은 최근 종영한 ‘돈꽃’에서 재벌가의 며느리 정말란 역을 맡았다. 말란은 남편이 외도로 혼외자 장은천(장혁)을 낳자 자신이 시집올 때 데려온 운전기사 겸 집사 오기평을 통해 아들을 낳아 남편의 아들로 둔갑시켜 그룹의 회장 자리에 앉히려는 목표를 세우고 이에 방해가 되는 인물들은 인정사정 볼 것 없이 모두 제거하는 그야말로 ‘악녀’다. 그러나 말란의 목표는 남편에 대한 복수심의 발로이기도 하지만 친정의 힘을 이용해 재벌이 된 시집에 대한 자신의 지분에 대한 권리로도 볼 수 있다. 어쩌면 자신은 여성이기 때문에 그리고 며느리이기 때문에 회장 자리에 오를 수 없기 때문에 아들을 통해 대신 꿈을 이루려 했던 것. 이미숙은 목표를 위해서라면 살인 등 온갖 악행을 서슴지 않는 서늘한 눈빛, 아들을 회장 자리에 앉히는 데 충실한 조력자로 키웠지만 실제로는 남편의 혼외자인 장은천과의 사이에서 미묘하게 흐르는 남녀 간의 감정신, 파국으로 치닫은 상황에서도 현실을 인정하지 않는 인지부조화의 태도 그리고 실성한 모습 등 명불허전의 연기를 선보여 극찬을 받았다.

‘미스티’ 김남주‘미스티’ 김남주


‘미스티’ 김남주(왼쪽)‘미스티’ 김남주(왼쪽)


시청률 45%를 넘긴 히트작 ‘넝쿨째 굴러온 당신(KBS)’ 이후 6년 만에 ‘미스티’로 컴백한 김남주 역시 꿈과 성공을 향해 질주하는 여성 앵커의 모습을 실감나게 그리고 있다는 평가다. ‘미스티’에서 김남주는 5년 연속 ‘올해의 언론인상’을 수상한 인기 앵커 고혜란 역을 맡았다. 혜란은 국선 변호사인 남편과는 쇼윈도부부이지만 자신의 명성을 위해서 남편과의 관계유지가 필요하고 이를 위해서라면 무릎까지 꿇을 수 있으며, 자신의 자리를 위협하는 후배에게는 가차 없이 약점을 들춰 자리에서 끌어내리기도 하는 인물이다. 혜란의 모습은 그동안 우리가 남성 주인공으로 수 없이 봐왔던 성공지향적인 인물이다. 다만 이제 성공을 향해 질주하는 주인공이 여성 앵커인 것. 또 ‘미스티’는 드라마로는 이례적으로 19금으로 파격적인 러브신으로 화제가 되기도 했다. 김남주는 이러한 장면과 앵커의 날카로운 모습을 선보이기 위해 무려 7kg을 감량하고, 앵커의 발성과 태도 등을 익혔다. 극의 초반에 고혜란이 성공을 위해 무참하게 버렸던 남자친구 등 과거가 빠르게 펼쳐졌으며, 앞으로는 자신을 추락을 막기 위해 몸부림 치는 혜란과 그가 그토록 성공에 집착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숙과 김남주 등 중년 여배우의 존재감이 이토록 빛나는 이유는 주체적인 여성성으로 가득한 캐릭터에 기인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드라마 평론가 공희정은 “이들이 연기하는 캐릭터는 여자의 욕망이라기보다는 순수했던 꿈이라는 표현이 어울리는 소망을 갖고 있었던 인물들”이라며 “이들은 또 ‘인간 여성’이라는 점에 포커싱이 됐고, 남자의 보조 구성원이 아닌 주체적인 여성을 설득력 있게 그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최근 1~2년 사이에 욕망 자체보다는 인간으로서의 여자를 다시 보게 되는 작품들이 사랑을 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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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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