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일자리 줄자 '속도조절'꺼내...CEO들 "최저임금 병주고 약주나"

쓴소리 쏟아진 경총 연찬회

"최저임금 인상 노동자에도 잘못된 정책" 성토

"정부 노동정책, 운동권 방식...차등적 접근 필요"

박병원 경총회장이 8일 열린 연찬회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박병원 경총회장이 8일 열린 연찬회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낙연 국무총리가 “내년부터는 속도 조절을 좀 하겠다”고 했지만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주최한 전국 최고경영자 연찬회에 모인 기업인들은 최저임금 인상에 단단히 뿔이 났다. 당장 올해 최저임금이 시간당 7,530원으로 16.4% 급등했다. 고형권 기획재정부 1차관은 “3조원 규모의 안정자금과 1조원의 사회보험료 지원, 카드수수료 등 제도 개선을 통한 영세 자영업자들을 지원하는 부분을 감안하면 사업주가 부담해야 하는 부분은 7% 정도로 줄어든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강단 아래에서는 “병 주고 약 주는 전형적인 악질 규제”라는 CEO들의 비판이 쏟아졌다.


누구를 위한 최저임금 인상이냐는 지적부터 나왔다. 고 차관은 “경제에 주는 충격은 크지 않을 것”이라면서 “지난 2000년 최저임금 인상 폭이 올해보다 더 컸지만 6개월 후 개인서비스업의 고용이 종전 수준을 회복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김강식 항공대 교수는 “2000년과 현재는 상황 자체가 다르다. 과연 지금 최저임금을 올려야 하는 상황인지부터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당시에는 상대적으로 우리나라의 임금수준이 낮았다”면서 “하지만 실질임금을 기준으로 2015년에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5위, 올해는 3위로 임금이 최상위 수준”이라고 반박했다.

더 큰 문제는 무리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정작 근로자들이 피해를 본다는 점이라는 게 김 교수의 지적이다. 그는 “최저임금은 근로자 입장에서는 장벽으로 작용한다”며 “기업이 감당할 수 없어서 고용을 줄이는 것은 반대로 보면 근로자들이 해당 가격에 노동력을 팔지 못한다는 얘기”라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이어 “한국은행의 발표 자료를 보면 지난해 기준으로 최저임금을 못 받고 일하는 근로자들이 270만명, 올해는 무려 313만명에 달한다”면서 “이런 부분들을 먼저 해결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최저임금 인상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수치를 세세히 제시한 반박에 당황해서였을까. 고 차관은 “그런 부분을 해소하기 위해 정부는 일자리 안정기금을 마련하고 사회보험료도 경감하고 있다”면서 “여기 계신 기업인들께서 이런 제도들을 잘 활용해주시면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참석자들 상당수는 “노동자들 입장에서 볼 때도 잘못된 정책이라고 비판하는데 정작 기업들이 피해를 보지 않겠다고 한다”며 “동문서답을 하는 것을 보면 차관이 적잖이 당황한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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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호근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 역시 정부의 노동 정책에 대해 “아름다운 정책을 아름답지 못한 방식으로 실행하고 있다”며 “무조건 일단 해놓고 쫓아가 보자는 식인데 이는 전형적인 운동권 방식”이라고 일갈했다. 업종별로 처한 상황이 다른 만큼 차등적 접근이 필요한데 이런 부분을 정부가 간과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법인세 인상과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등에 대해 송 교수는 “성장과 고용·복지는 이른바 황금 삼각형인데 현 정부는 고용과 복지를 위해 성장을 포기한 것 같다”고 비판했다. 송 교수는 “현 정부에서 노동시장 정책이 실패하면 앞으로는 이런 정책을 다시는 펴기 어렵다”면서 정부에 노동혁신의 속도 조절과 면밀한 상황 파악을 주문했다.

정부가 노동계와 경영계 양쪽의 힘의 균형을 잡고 노동정책을 추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전대길 동양EMS 대표는 “법에도 사용자 대표는 경총이라고 명시돼 있지만 최근 정부는 노사 문제에서 경총을 배제해 벙어리로 만든다”고 비판하며 “경총을 진정한 사용자 대표로서 인정하고 노사관계를 풀어나가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GE코리아 회장을 지낸 강석진 CEO컨설팅그룹 회장은 “정부가 규제를 뜯어고치겠다고 강조하지만 중요한 것은 속도”라면서 “올해 상반기 중으로 네거티브 시스템을 도입하지 않으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국내 기업들이 살아남기 힘들다”고 강조했다.

조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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