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동안 비가 내리지 않아 저수율이 50% 미만으로 떨어지는 저수지·댐이 계속 늘어나고 있습니다. 양수기를 동원해 하천의 물로 봄철 농업용수 부족 부분을 채우고 있지만 쉽지 않습니다.” 9일 남부 지역 가뭄 현황을 취재하기 위해 찾은 한국농어촌공사 경남지역본부에서 담당자는 겨울 가뭄이 날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며 한숨을 쉬었다.
남부 지역을 중심으로 겨울 가뭄이 확산되고 있다. 농업용수뿐 아니라 식수까지 비상이다. 한국수자원공사·지방자치단체들에 따르면 경남도가 올 들어 가뭄에 따른 물 부족 현상이 생길 것에 대비, ‘범도민 물 아껴쓰기 운동’을 추진하고 있다. 실제로 양산시와 밀양시·창녕군에 물을 공급하고 있는 밀양댐의 저수율이 9일 현재 24.8%로 ‘경계 단계’로 빠졌기 때문이다. 이대로 가면 오는 6월께 ‘심각 단계’에 들어가 이 지역은 제한급수로 생활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양산시는 낙동강, 밀양시는 밀양강, 창녕군은 자체 저수지 물을 활용해 대체 공급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울산 지역도 지난해 10월부터 극심한 겨울 가뭄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10월 초 잠깐 내린 비로 월 강수량이 63.1㎜를 기록했으나 중순부터 비가 내리지 않았고 11월은 0㎜로 비가 전혀 내리지 않았다. 12월은 12.7㎜로 계속 가물었으며 올해 들어서도 1월 31.3㎜, 2월 현재까지 0.2㎜로 가뭄이 지속되고 있다. 이에 따른 물 부족 문제가 심각하다. 울산의 식수원인 사연댐은 지난해 7월부터 수위가 낮아져 취수가 중단됐다. 52년 만의 취수 완전 중단 사태다.
수자원공사 관계자는 “전국 20개 주요 댐의 평균 저수율은 43.2%로 한 달 전(46.9%)과 예년 평균(45.2%)에 크게 못 미치고 있다”며 “수위가 내려앉으면서 남부 지역을 중심으로 허옇게 바닥을 드러내는 댐들이 늘어나고 있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대구 동·수성구에 식수를 공급하던 경북 청도 운문댐이 취수가 불가능할 정도로 수위가 낮아졌다. 현재 운문댐의 저수위는 123m까지 떨어져 물 공급 자체가 불가능해지는 저수위 122m를 위협하고 있다. 이에 대한 대체수단으로 취수를 개시한 금호강의 물은 양이 부족한데다 흙냄새를 유발하는 지오즈민이 기준치 이상으로 대량 검출돼 주민들이 불안해하고 있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7일 가뭄 실태 파악을 위해 운문댐을 찾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에게 금호강 취수량을 하루 14만톤(현재 12만7,000톤)으로 늘릴 수 있도록 정부에 도움을 요청했다.
전남 지역은 지난해 연평균 강수량이 전년 대비 66%에 불과해 일부 지역에서 제한급수가 실시되는 등 주민생활 불편이 가중되고 있다. 특히 완도군 노화읍·보길면 주민 8,000여명 등 도서 낙도 주민들은 가뭄으로 인해 지난해부터 5개월째 생활용수 제한급수가 이어져 고통 받고 있다. /창원=황상욱기자 sook@sedaily.com·전국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