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이스라엘까지 본격 가세, 해법없는 시리아 내전

이스라엘, 자국 전투기 격추에

다마스쿠스 등 12곳 즉각 보복

36년 만에 최대 규모 공습 나서

터키군 헬기 격추 등 피해 심각

美국무 현지 중재도 쉽지 않아

이스라엘 정부 보안요원들이 10일(현지시간) 하르두프에서 자국 전투기 ‘F-16’가 추락한 현장을 조사하고 있다.  /하르두프=로이터연합뉴스이스라엘 정부 보안요원들이 10일(현지시간) 하르두프에서 자국 전투기 ‘F-16’가 추락한 현장을 조사하고 있다. /하르두프=로이터연합뉴스




7년째 내전에 시달려온 시리아 분쟁에 이스라엘이 본격 가담하면서 사태가 악화 일로를 걷고 있다.


이스라엘이 자국 전투기를 격추시킨 범인으로 시리아와 그 배후세력인 이란을 지목하고 대규모 공습에 나서는 등 사태에 ‘이스라엘 변수’가 더해지면서 시리아 내전은 갈수록 돌파구를 찾지 못하는 모습이다.

11일 이스라엘 현지 언론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지난 10일(현지시간) 자국 전투기 격추에 대한 보복으로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 인근 시리아·이란군 시설을 향해 미사일 수십 발을 발사했다. 이스라엘군 대변인도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 인근에 위치한 이란 목표물 4곳을 포함해 12곳을 공격해 파괴했다”고 확인했다. 시리아에 대한 이스라엘의 이번 공격은 36년 만에 최대 공습으로 평가된다. 이스라엘 공군의 토메르 바르 장군도 “1982년 레바논전쟁 이후 시리아에 대한 가장 심각한 공격이 이뤄졌다”고 강조했다.

1215A14터키군·이스라엘군



이스라엘군의 이번 공격은 이날 새벽 시리아가 자국 전투기를 격추시킨 뒤 몇 시간 만에 나온 즉각적인 보복 조치다. 이날 이스라엘군은 이란이 자국 영공에 무인정찰기를 날려보낸 것을 문제 삼으며 시리아 내 이란군 시설물을 파괴하는 작전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이스라엘의 F-16기가 시리아군의 대공 미사일에 격추돼 추락했고 격분한 이스라엘군이 이란을 지목하고 공습에 나섰다. F-16기에 타고 있던 조종사 2명은 가까스로 목숨을 구했으나 이 중 1명은 중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더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적군이 이스라엘 전투기를 격추한 것이 사실이라면 이는 1982년 레바논전 이후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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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5A14시리아사태일지


2011년 시리아 내전 발발 이래 이스라엘·이란·시리아가 연루된 이번 격전은 지난 7년간의 내전 중 가장 심각한 사건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동안 이스라엘이 시리아 및 헤지볼라(레바논 무장정파) 내 이란의 세력확장을 우려해 수시로 시리아 영토에서 군 시설이나 시아파 세력을 공습했으나 자국 전투기가 격추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텔아비브 군 본부로 수뇌부를 소집해 비상회의를 열었으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이번 사안을 논의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푸틴 대통령에게 “이란은 이스라엘 파괴라는 목표를 위해 시리아 영토를 이용해 이스라엘을 공격하고 있다”며 강력히 반격할 것이라고 공언한 반면 푸틴 대통령은 시리아 사태가 새로운 대치 국면으로 이어지는 것을 피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여기에 쿠르드민병대 인민수비대(YPG)와 대치 중인 터키군의 헬기가 격추되면서 시리아 사태는 더욱 복잡해졌다. 쿠르드 공격에 투입된 터키군 헬기가 격추돼 2명이 숨지는 등 이날에만 터키군 11명이 사망하면서 터키는 지난 3주간의 작전 이래 하루 최대 규모의 피해를 입었다.

시리아 사태는 이슬람국가(IS) 퇴치를 위한 미국 중심의 동맹군이 반이스라엘 성향의 시리아 정부군에 맞서고 러시아와 이란은 친정부 성향을 띠는 한편 쿠르드 반군 점령 지역과 국경을 마주한 터키가 러시아·이란과 한 배를 타는 등 꼬일 대로 꼬인 상태다. 이들이 지난 며칠간 상대방을 향한 대리전을 격화하면서 내전 양상이 심각해진데다 이스라엘까지 본격 참여하게 돼 시리아 전쟁의 파장이 중동 전체로 번지는 양상이 됐다.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이 11~16일 이집트·터키 등 중동 5개국을 방문하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시리아 내전을 30일간 중지하는 방안 마련에 착수하고 있지만 이스라엘과 이란 간 갈등이 격화되면서 사태 해결이 더욱 어려워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뉴욕타임스(NYT)는 “이스라엘의 이번 공습은 시리아 사태가 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으로 치닫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단순한 레드라인을 넘어서 훨씬 심각한 상황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창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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