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12일 국회 정무위원회 박찬대 의원(더불어민주당)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금감원은 전수조사 결과 이 회장의 차명계좌 32개를 추가로 발견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금감원에 포착된 이 회장 차명계좌는 1천229개로 증가했다.
금감원이 발견한 이 회장 차명계좌들은 1987년부터 만들어지기 시작해 2007년까지 개설된 것으로 알려졌다. 1천229개 중 1천133개가 증권계좌, 나머지 96개가 은행계좌로 전해졌다.
증권계좌가 차명계좌로 주로 쓰인 것은 주식 형태인 이 회장의 차명재산을 보관하기 위한 것이며, 여기에 이 회장이 대주주로서 지배하는 삼성증권이 동원됐다고 박 의원은 밝혔다.
실제로 1천133개의 증권계좌 중 삼성증권에 개설된 차명계좌가 918개(81.0%), 신한금융투자 85개, 한국투자증권 65개 등의 순으로 알려졌다. 은행계좌는 우리은행 53개, 하나은행 32개 등으로 전해졌다.
여기에 경찰이 이 회장을 기소 의견으로 송치하면서 밝혀낸 차명계좌 260개를 더하면 총 1천489개이며 260개 역시 증권계좌로 알려졌다. 삼성증권에 대부분 개설됐을 것으로 박 의원은 언급했다.
차명계좌 957개는 금융실명제법 위반으로 제재를 받기도 했다. 또 경찰 수사에 따라 이 회장은 조세포탈 혐의로 추가로 처벌받을 가능성도 나왔다.
그러나 삼성 금융계열사들에 대한 이 회장의 지배력에는 영향을 주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모두 금융회사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지배구조법)이 시행된 2016년 8월 이전의 일들인 것.
실제로 금감원은 이 회장이 삼성생명, 삼성화재, 삼성증권 등 금융계열사들의 대주주로 ‘적격’이라고 밝혔다. 이런 심사 결과는 최근 금융위원회 보고로 확정됐으며 다음번 적격성 심사는 2년 뒤로 알려졌다.
일부 언론은 의식불명 상태인 이 회장을 대신해 계열사 사장이 서명한 서류가 제출된 만큼 절차적 문제가 있다고 보도했지만, 외부 법률자문 결과 문제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금감원은 전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현행법상 이 회장의 대주주 적격성을 문제 삼기는 어려워 보인다”며 “올해 추진하는 지배구조법 개정에서도 적격성 요건의 소급적용은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또 금감원 관계자도 “대주주의 범죄가 드러나면 금융회사가 보고해 수시 적격성 심사를 하게 돼 있지만, 경찰이 밝혀낸 이 회장의 혐의는 지배구조법 시행 전이라 해당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법적 한계로 이 회장의 적격성을 문제 삼을 수 없게 되자 정치권과 시민단체에서 지배구조법을 고쳐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