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외국계법인 합법 가장한 國富유출 기승]순익 웃돈 배당금에 마케팅비 높게 책정...매출 25% 본사로

돈 어떻게 빼가나

아디다스코리아 순익 1,071억·본사 배당금 1,200억 등

국내 발생 잉여금 재투자 안돼..."韓은 돈벌이 대상일뿐"

구글·애플 등 글로벌IT 기업은 매출액도 발표안해 논란



스포츠 브랜드 아디다스코리아는 지난 2016년 한국에서 매출액 1조원을 달성했다. 영업이익은 1,500억원, 순이익만 1,071억원이었다. 이런 호실적에도 자본금은 오히려 2015년보다 771억원 줄어든 2,071억원이었다. 어떻게 된 일일까. 이익금이 고스란히 독일 본사로 빠져나갔기 때문이다. 2016년 아디다스코리아가 독일 본사에 보낸 배당금만 무려 1,200억원. 순이익을 크게 웃돈다. 이뿐 아니다. 아디다스 본사는 브랜드별로 매출액의 6~10%를 상표사용료로, 4%를 국제마케팅비로 따로 거둬들인다. 2016년 아디다스코리아는 이렇게 1,389억원을 보냈다. 오직 배당과 상표, 마케팅 비용으로만 본사는 매출액의 4분의1에 달하는 2,600억원을 챙겼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다국적기업들은 배당이나 상표권(로열티) 수수료 등 명목을 활용해 합법적으로 국내 법인에서 거둬들인 수익 상당 부분을 본국으로 가져갔다. 기업활동으로 배당금과 상표권사용료를 받는 행위는 어디까지나 정상적인 영업활동이다. 그러나 국내에서 발생한 잉여금이 재투자되지 않은 채 그대로 해외로 흘러갈 경우 경제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다국적기업의 자유로운 경영활동을 보장하되 최대한 자본을 국내에 머물게 해 산업발전과 고용창출에 이바지할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서울경제신문이 해외에 본사를 둔 주요 국내 기업의 감사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다수 기업이 매년 이익 대부분을 본사로 보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표적인 방법은 고액의 배당이다. 미국에 본사를 둔 필립모리스코리아는 2016년 1,918억원을 배당금으로 지급했는데 2015년 당기순이익 전액에 해당하는 규모다. 명품시계의 대명사 롤렉스의 국내 법인 한국롤렉스는 2016년 순이익 408억원의 110.2%에 해당하는 450억원을 배당했다. 자동차 부품사 보쉬전장 역시 26억원의 순이익을 올린 뒤 24억원을 배당했다. 아디다스와 마찬가지로 배당액이 순이익을 초과하거나 비슷한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상황’이 연출됐다. 배당금을 어떤 용도로 쓰는지는 기업의 자유다. 일반적인 국내 기업은 배당액을 모두 주주에게 주기보다는 투자를 위한 유보금으로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 장기투자가 필요할 때는 이익이 남아도 배당을 하지 않는다. 반면 배당성향 100% 안팎에 이르는 이들 기업은 국내 법인을 철저히 자본유출을 위한 통로로만 활용하는 셈이다.


로열티나 마케팅 비용을 각국 법인에 물리는 것도 다국적기업 본사의 주된 수익원이다. 아디다스의 경우 상표권에 마케팅 비용을 더하면 매출액의 14%를 본사가 그대로 가져갔다. 다른 브랜드나 국내 기업들이 1~5%대 수수료율을 책정하는 것과 비교해 매우 높은 비율이다. 국내에서 벌어들이는 돈을 대부분 본사에서 가져가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필립모리스 역시 배당금으로 이익금 전액을 가져간 것도 모자라 지급수수료와 로열티 명목으로 1,300억원 가까이를 본사에서 가져갔으며 보쉬전장도 상표권료로만 36억원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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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마 속속들이 내역을 공개한 이들 기업은 양반이라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은 아예 장부 자체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구글의 한국 법인인 구글코리아(유한회사)는 2004년 설립된 후 아직 한 번도 매출액을 밝히지 않았다. 다만 추정은 가능하다. 모바일 분석업체인 아이지에이웍스(IGAWorks)는 지난해 구글이 운영하는 애플리케이션마켓 ‘구글플레이’의 한국 시장 누적 매출액이 3조4,342억원을 기록했다고 추산했다. 매출액은 대부분 구글 싱가포르 법인 등 해외 지역의 실적으로 계산돼 한국 세무당국에 내는 법인세로는 잡히지 않는다. 서버를 해외에 두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전 세계 스마트폰 2위 제조사인 애플 역시 한국 사업을 하면서 ‘깜깜이 회계 정책’을 고수하기는 마찬가지다. 리처드 윤 애플코리아 대표는 지난해 10월 국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한국에서 발생하는 매출액 규모를 묻는 말에 “따로 관리하고 있지 않다”고 답하기도 했다. 애플이 운영하는 앱마켓인 ‘애플 앱스토어’의 수익도 공개된 일이 없다. 지난달 말에는 국내에서 첫 본사 직영 매장인 ‘애플 가로수길’을 개장했는데 이곳에서 발생한 각종 수익은 애플 본사로 귀속돼 매출액이나 세금 등 회계 투명성과 관련한 논란은 더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외국계 IT 기업 중에서는 페이스북만 유일하게 변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페이스북 본사 차원에서 매출액을 국가별로 집계해 각국의 세무당국에 신고한다는 방침을 지난해 12월 발표했다. 이에 따라 페이스북의 한국 법인인 페이스북코리아는 이르면 오는 2019년 상반기부터 한국 시장의 광고매출을 집계해 공개할 예정이다.

업계의 한 고위관계자는 “글로벌 기업이 고용 등 국내 경제에 기여하는 부분은 분명히 있지만 돈을 버는 대로 가져간다면 한국은 이용의 대상이 될 뿐”이라며 “과도한 자본유출을 억제할 제도적 장치를 고안하되 다국적기업 스스로 국내 투자를 늘릴 유인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세종=임진혁기자 지민구기자 liberal@sedaily.com

세종=임진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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