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발표 시즌을 맞아 ‘어닝쇼크(실적 충격)’를 기록한 상장사들에 대해 증권사들의 목표주가 하향 조정이 급증하고 있다. 상장사들의 실적이 가뜩이나 변동성이 커진 증시 상황에서 주가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어 서둘러 눈높이를 낮추는 추세다. 증권사들이 목표주가 괴리율 공시제에 따라 실제 주가와의 격차를 조절하는 작업도 뒤따르고 있다.
12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이달 들어 9일까지 목표주가를 하향 조정한 보고서는 156건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 1월 한 달 동안 증권사에서 개별 종목의 목표주가를 낮춘 167건에 거의 육박하는 수준이다. 매수 의견 일색에 목표주가를 높여 잡는다고 뭇매를 맞았던 국내 증권사들이 이처럼 주가 추정치를 낮게 잡는 것은 흔하지 않다. 월별로 보면 목표주가를 높이는 보고서의 수가 낮추는 것보다 2배 정도 많은 게 일반적이다. 지난달에도 목표가 상향 보고서가 360개로 평균 수준을 유지했다. 이달 들어서는 목표주가를 높인 게 180개로 하향 보고서와 10% 정도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증권가에서는 최근 발표되고 있는 4·4분기 실적 실망감이 목표주가에 그대로 반영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나금융투자는 8일 대우건설(047040)의 목표주가를 기존 1만1,000원에서 8,000원으로 27.3%나 내렸다. 지난달 22일만 해도 호반건설의 대우건설 인수 가능성을 점치면서 기존 목표주가(1만1,000원)를 유지했으나 7일 대우건설이 실적을 발표한 직후 실망감을 드러냈다. 모로코 사피 화력발전소 등 해외현장의 부실이 드러나자 목표주가를 내린 것. 하나금융투자가 대우건설의 목표주가를 낮춘 8일 케이프투자증권·KTB투자증권·DB금융투자·BNK투자증권 등도 일제히 목표가 하향 조정 보고서를 내놓았고 대우건설 주가는 그날 하루에만 8.8% 급락했다.
LG이노텍(011070) 역시 마찬가지다. 주요 공급처인 애플이 아이폰X의 판매 부진을 겪으면서 LG이노텍에도 여파가 번졌다. 지난달 23~24일 IBK투자증권을 포함한 9개 증권사는 LG이노텍의 목표주가를 기존 20만~22만5,000원에서 최저 17만원에서 20만원까지로 낮춰 잡았다. LG이노텍 주가는 12만원대까지 주저앉았다.
A증권사의 리서치센터장은 “연간으로 보면 2월과 8월에는 연간 또는 반기 실적을 확인하고 목표주가를 낮추는 비중이 상대적으로 많다”면서도 “이달 들어서는 유독 많은 것이 최근 실적이 좋지 않은 기업이 속출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해에도 2월에는 목표주가를 낮춘 보고서가 312개로 상향한 226개보다 많았고 8월은 상향 318, 하향 313으로 비슷한 수준이었다. 대우건설처럼 예상하지 못한 곳의 손실이 드러나기도 하지만 지난 4·4분기 유독 시장 전망을 밑도는 실적을 보인 업종이 많았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최근 한 달간 유가증권시장에서 컨센서스가 가장 크게 변동된 업종은 운수장비로 21.56%나 밑돌았다. 이어 의료정밀(-18.43%), 기계(-17.06%), 전기가스업(-16.42%) 등이 기대치를 충족하지 못했다. 코스닥에서는 금속이 -26.51%로 실망감이 제일 컸고 오락·문화(-20.54%), 의료·정밀기기(-11.44%) 등의 순이었다.
일부에서는 지난해 9월부터 기업 분석보고서에 목표주가와 함께 현 주가의 차이를 함께 표시하는 목표주가 괴리율 공시제도가 정착되는 일환이라고 설명한다. 금융감독원은 증권사 보고서의 객관성을 높이고 투자자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이 제도를 도입했다. 터무니없이 목표주가를 높여 잡아 투자자에게 혼란을 주지 못하게 하기 위한 목적이다. B증권사의 한 애널리스트는 “당장 괴리율이 크다고 사내에서 지적하는 것은 아니지만 보고서를 작성하는 데 있어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다”며 “특히 실적이 나빠진 기업의 경우 재평가를 하는 과정에 목표가 조정이 이뤄졌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