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전국

"겨우 살아나나 싶었는데 또..설 대목은커녕 사람이 없심더"

■ 다시 지진 덮친 포항..죽도시장 가보니

13일포항 죽도시장 초입은 설 대목이지만 한산하기만 하다. /포항=장지승기자13일포항 죽도시장 초입은 설 대목이지만 한산하기만 하다. /포항=장지승기자




아케이드 등 새단장했지만 썰렁


직원 내보내고 야간운영 접기도



“할 말이 없심더, 이런 설 대목은 처음입니더.”


지난해 말 아케이드 공사와 함께 상가 리모델링으로 새 단장한 포항 죽도시장. 설 연휴를 이틀 앞둔 13일 포항의 명물 과메기, 대게와 함께 문어 등 제수 음식이 좌판에 길게 펼쳐져 있지만 상인들의 낯빛은 어둡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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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새벽 발생한 규모 4.6의 강한 여진 앞에 다시 속절없이 무너지는 분위기다.

김경수 죽도시장 상인연합회장은 “뭔 말이 필요하겠습니꺼. 지나 댕기는 사람이 없심더”라며 한숨을 쉬었다. 평소라면 서로 어깨를 부딪치지 않고선 쉽게 지날 수 없을 정도로 북적였던 죽도시장이지만 설 대목임에도 흥겨운 분위기를 찾을 수 없었다. 그는 이어 “횟집은 어차피 대목 안 타는 곳이라 그렇다 치더라도 제사용품 사러도 안 온다”며 한숨을 지었다.

규모 4.6 여진이 나기 하루 전 만났을 당시만 해도 김 회장의 표정은 어둡지 않았다. 당시 김 회장은 “(지난해 11월15일 규모 5.4) 첫 지진 나고 손님이 많이 줄었지만 이제 70~80%는 회복한 것 같다”며 고무된 표정이었다.

실제 포항시와 죽도시장은 지진 전에 계획한 100m 규모의 아케이드를 최근 준공하고 이에 맞춰 20여곳 상가가 리모델링을 마치며 신선한 회를 내놓았다. 지진이 나자 음식·숙박업, 소매점 등 전 업종이 10% 이상 가격을 할인하기 시작했으며 300억원의 포항사랑상품권을 발행해 시장 활성화를 꾀했다. 각종 문화행사에 다양한 축제도 열어 침체한 시장 분위기를 바꾸었다.

하지만 이런 노력과 상관없이 땅은 계속 흔들렸다. 시장 곳곳에서 푸념의 목소리도 터져 나왔다.

죽도시장 초입에서 만난 상가 직원 우병철(49)씨는 “외지 사람들은 포항 건물이 다 부서진 줄 안다”며 “멀쩡하다. 지진이 나도 생활은 변화가 없다”고 퉁명스레 쏘아붙였다. 우씨가 일하는 곳은 지진 발생 전 6명의 직원이 주·야간 맞교대로 24시간 운영했으나 손님이 줄기 시작한 지난해 말부터 직원 3명을 내보내며 야간 운영을 접었다. /포항=장지승기자 jjs@sedaily.com

울산=장지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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