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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판 쿨러닝 자매 "평창, 끝 아닌 시작이죠"

나무썰매 직접 만들어 훈련

크라우드 펀딩으로 비용 마련

썰매 이름 세상 떠난 언니 이름

최고 기량 보여주는 것이 목표

대회 끝나면 서울여행도 할 것

2018평창동계올림픽에 출전한 나이지리아 여자 봅슬레이 대표팀의 은고지 온우메레(왼쪽부터), 세운 아디군, 아쿠오마 오메오가가 13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강남스타일’의 말춤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들은 아프리카 최초로 올림픽 봅슬레이 종목에 출전해 ‘아프리카판 쿨러닝’으로 전 세계적인 화제가 되고 있다.  /평창=권욱기자2018평창동계올림픽에 출전한 나이지리아 여자 봅슬레이 대표팀의 은고지 온우메레(왼쪽부터), 세운 아디군, 아쿠오마 오메오가가 13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강남스타일’의 말춤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들은 아프리카 최초로 올림픽 봅슬레이 종목에 출전해 ‘아프리카판 쿨러닝’으로 전 세계적인 화제가 되고 있다. /평창=권욱기자




1988년캘거리동계올림픽에 참가한 열대지방 자메이카 봅슬레이 대표팀의 좌충우돌 도전기는 영화 ‘쿨러닝’으로 널리 알려졌다. 한국에서 30년 만에 열리는 올림픽인 2018평창동계올림픽은 캘거리 이후 30년 만에 올림픽 역사에 의미 있는 기록을 추가하게 됐다. 나이지리아 여자 봅슬레이 대표팀 때문이다. 아프리카 국가의 올림픽 봅슬레이 출전은 이번이 처음이다.


세운 아디군(31·파일럿)과 아쿠오마 오메오가(26·브레이크맨), 은고지 온우메레(26·예비 브레이크맨)로 구성된 나이지리아 봅슬레이 여자 2인승팀을 13일 서울경제신문이 평창의 한 리조트에서 만났다.

아디군 등 3명은 평창올림픽 마스코트인 수호랑과 평창패럴림픽(장애인올림픽) 마스코트 반다비를 나눠 들고 사진촬영에 응하면서 “너무 귀여운 것 아니냐”며 까르르 웃었다.


평창을 향한 이들의 여정은 지난 2014년 시작됐다. 주장 격인 아디군은 당시를 떠올리며 “봅슬레이 썰매를 우연히 처음 본 순간 ‘올림픽 피버(열기)’가 다시 끓어올랐다”고 돌아봤다. 그는 2012런던하계올림픽에 육상 허들 대표로 출전한 경험이 있다. 몇 개월 뒤 동네(휴스턴) 인근에서 봅슬레이 미국 대표 선발전이 열렸다. “이건 계시와도 같다”고 생각해 망설임 없이 참가했다고. 결과가 좋아 미국 대표팀 훈련에 초청받아 1년을 배웠다. 그러다가 나이지리아는 물론 아프리카를 통틀어 봅슬레이에 아무도 도전한 적이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수소문 끝에 육상선수 출신인 오메오가와 온우메레를 만나 최초의 나이지리아 대표팀을 꾸린 것이다. 3명 다 나이지리아계 미국인. 아디군은 “나이지리아 노래인 ‘어라이즈’를 듣는 순간 모국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뭔지 생각하게 됐다. 올림픽을 코앞에 둔 지금도 이 노래를 매일 들으며 각오를 다지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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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을 후원하는 월드와이드 올림픽 파트너 비자(Visa)가 마련한 이날 인터뷰에서 온우메레는 “봅슬레이를 한다고 했을 때 식구들의 반응은 ‘봅슬레이가 대체 뭔데?’였다”고 돌아봤다. 이들은 나무로 직접 썰매를 만들고 무게를 맞추기 위해 바벨을 얹은 뒤 실내육상장에서 스타트 훈련을 했다. 이 나무 썰매의 이름은 매플라워(Maeflower). 2009년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 아디군의 이복언니 별명 ‘매매’에서 따온 것이다. 트랙이 있는 곳을 찾아 제대로 훈련을 하자니 돈이 모자랐다. 미국 크라우드펀딩 사이트에 자신들의 스토리를 알렸다. 반응이 뜨거웠고 비자는 아예 후원사로 나섰다. 그렇게 지난해부터 공식 대회에 출전하기 시작한 이들은 평창올림픽 최소 출전자격인 ‘공식 대회 다섯 차례 이상 완주’를 달성해 아프리카 동계올림픽 역사의 새 장을 열었다. 이 중 캐나다 대회에서는 주행 중 사고로 온우메레가 골반 부상을 당하기도 했다. 온우메레는 당시를 떠올리며 “봅슬레이가 얼마나 무서운 종목인지 새삼 알게 된 경험이었다”며 “그런 어려움에도 포기하지 않았고 그 결과로 지금 이곳에 있다는 사실이 정말 행복하다”고 했다. 봅슬레이는 최고시속이 140㎞에 이르고 코너에서는 몸무게의 네 배에 이르는 중력을 견뎌내야 한다. 아디군은 트랙 연습을 마칠 때마다 살아 있다는 사실에 안도하며 “오! 하나님 감사합니다”를 외쳤다고 한다.

전 세계인의 관심 속에 평창에 온 만큼 이들은 모든 순간이 각별하다고 한다. 온우메레는 “나이지리아 국기를 들고 개막식장에 입장하던 순간을 떠올리면 지금도 가슴 벅차다. 선수촌에서는 각국 선수들이 우리에게 다가 와 먼저 인사를 건넨다”고 말했다. 아디군과 오메오가는 “개막식은 정말 아름다웠고 준비 과정을 짐작해보면 더 대단하게 느껴진다. 24시간 운영되는 선수촌 식당도 환상적”이라고 했다. 이들은 한국에 머무는 동안 갈비구이와 김치, 한국에서만 먹을 수 있는 아이스크림을 꼭 먹어보고 싶다며 대회 뒤 서울 여행도 계획 중이라고 말했다.

오는 20~21일 올림픽 슬라이딩센터에서 열릴 경기 얘기를 꺼내자 눈빛이 달라졌다. “여태껏 보여준 적 없는 최고 기량을 보이는 게 목표이고 결과는 아이스에 맡기겠다”고 입을 모았다. 아디군은 “평창이 나이지리아의 처음이자 마지막 동계올림픽이 돼서는 안 된다. 그러려면 우리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각오를 다졌다. 온우메레는 “어떤 분야에서든 우리를 롤모델로 삼는 어린이들이 생긴다면 그걸로 우리는 이미 금메달을 딴 것”이라고 했다. 올림픽을 앞두고 나이지리아 전통색상인 초록색으로 머리와 손톱을 물들인 오메오가는 인터뷰를 읽을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느냐고 묻자 이렇게 말했다. “혼신을 다하는 자세와 끈기, 인내 이 세 가지가 당신을 원하는 곳으로 안내할 겁니다. 그날이 당장 오늘이나 내일은 아닐지라도.”

/평창=양준호기자 miguel@sedaily.com

‘손하트’를 만들어 보이는 나이지리아 봅슬레이 대표팀 선수들. /평창=권욱기자‘손하트’를 만들어 보이는 나이지리아 봅슬레이 대표팀 선수들. /평창=권욱기자


나이지리아 봅슬레이 대표팀 선수들이 13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 중 평창올림픽·패럴림픽 마스코트인 수호랑·반다비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세운 아디군·아쿠오마 오메오가·은고지 온우메레. /평창=권욱기자나이지리아 봅슬레이 대표팀 선수들이 13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 중 평창올림픽·패럴림픽 마스코트인 수호랑·반다비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세운 아디군·아쿠오마 오메오가·은고지 온우메레. /평창=권욱기자


양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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