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GM뿐만 아니라 한국 자동차 산업 전반이 고비용·저효율의 벽에 가로막혀 생산 경쟁력을 상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자동차 산업의 중추인 현대·기아차(000270)도 국내 생산 비중을 줄이는 추세가 뚜렷해 자동차 산업의 엑소더스가 가시화되고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13일 한국자동차산업협회와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기아차의 국내 생산 비중은 지난 2006년 73.3%에서 지난해 44%로 하락했다. 현대·기아차의 국내 생산 비중은 2012년 49%를 기록하며 처음 절반 아래로 내려간 후 2013년 45.7%, 2014년과 2015년 44.8%를 거쳐 2016년 41%까지 추락했다. 지난해는 중국과 미국의 판매가 워낙 부진해 국내 생산 비중이 3%포인트 정도 올라갔다.
현대·기아차의 국내 생산량은 2014년 358만8,893대에서 지난해 317만4,230대로 줄었다. 이러는 사이 해외 현지 생산 증가에 집중했고 이에 따라 국내 생산 비중이 낮아졌다. 현대·기아차가 국내에 신규공장을 설립한 것은 1996년 11월 현대차(005380) 아산공장 준공이 마지막이다. 현대·기아차는 이후 21년간 해외에만 생산시설을 건설했다. 국내 공장 신설이 아닌 ‘증설’ 사례조차 2013년 6월 기아차 광주공장이 마지막이다.
지난해 국가별 차 생산량 순위에서도 한국은 세계 자동차 생산 10대 국가 가운데 유일하게 최근 2년 연속 생산이 뒷걸음질했다.
한국은 2016년 422만8,509대를 생산했지만 지난해 생산량은 2.7% 줄어든 411만4,913대에 머물렀다. 순위는 2016~2017년 6위로 같지만 7위 멕시코와의 격차가 2017년 불과 4만대 수준까지 좁혀졌다.
한국 자동차 산업의 생산 경쟁력이 추락한 가장 큰 이유는 고임금을 비롯한 전반적인 고비용 구조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국내 완성차업체 5곳의 연간 평균임금은 2016년 기준 9,213만원으로 2005년과 비교해 83.9% 올랐다. 이미 일본 도요타(9,104만원)와 독일 폭스바겐(8,040만원) 등 주요 경쟁업체를 웃도는 수준이다. 수출용 차를 생산하기에는 임금 수준이 너무 비싸다는 것이다.
임금이 높다 보니 매출 대비 인건비 비중도 크다. 국내 완성차 5곳의 2016년 평균 임금 비중은 12.2%로 도요타(7.8%)나 폭스바겐(9.5%)보다 높다. 자동차협회 관계자는 “한국의 자동차 1대 생산 시 투입시간도 일본(도요타), 미국(포드)보다 각각 11%, 26% 더 많이 소요되는 등 생산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이경수 현대차미국법인장도 지난 1월 “한국의 인건비가 전 세계에서 가장 비싸 국내 생산의 경쟁력이 약해질 수밖에 없다”며 “산업구조와 인력구조가 재편돼야 하는데 유연성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자동차 업계의 한 관계자는 “해외 자동차 기업들은 대부분 직무급·직능급 등 연공서열이 아닌 직무 난이도, 업무 성과 및 업무 숙련도 등에 따른 임금제도를 채택해 합리적 임금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면서 “임금체계 개선에 실패할 경우 국내 자동차 생산 공동화 현상이 더욱 두드러질 것”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