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초 세계 경제를 패닉으로 몰아넣었던 뉴욕증시 폭락사태가 미국 월가의 지수 조작에서 비롯됐다는 의혹이 제기돼 현지 규제기관이 조사에 착수했다. 폭락의 주범이 주요 국가들의 긴축정책과 주가 거품 우려가 아닌 조작으로 판명될 경우 시장에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금융산업규제당국(FINRA)이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변동성지수(VIX) 조작 여부를 조사하기 시작했다고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FINRA는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의 감독을 받는 월가 자율규제기관으로 증권사나 거래소를 감시한다.
VIX는 선물시장에서 가장 보편적으로 활용되는 지수로 이 지수의 급등은 시장 폭락을 예고한다는 점에서 ‘공포지수’로 불린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옵션 가격에서 도출되며 지수가 오르면 일반적으로 앞으로 한달간 시장의 변동성이 높아진다는 뜻이다. FINRA는 월가 트레이더들이 VIX 가격을 급등시킬 목적으로 S&P500 옵션 가격을 조작했는지 들여다보고 있다.
이번 조사는 20년간 자산운용업에 종사해온 익명의 제보자로부터 시작됐다. 그는 지난 12일 로펌을 통해 SEC에 “개인적으로 VIX를 조작하지도, 누군가 이 지수를 조작하는 것을 목격하지도 않았지만 불규칙한 거래 패턴이 시장에서 관찰됐다”며 조작 증거를 찾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작전세력이 S&P500 옵션을 거래할 때 비정상적으로 허수 호가를 올려 VIX를 요동치게 만들었고 이 지수를 추종하는 파생상품까지 급등락하면서 뉴욕증시에 후폭풍이 불어닥쳤다는 것이다.
이달 2일까지만 해도 20을 밑돌던 VIX는 5일 전 거래일 대비 115.60% 급등하며 37.32까지 치솟았다. 2015년 8월25일 이후 2년5개월여 만의 최대 상승률이다. 같은 날 다우지수는 4.6% 폭락했다.
최근의 주가폭락이 지수 조작에서 비롯됐다는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면 VIX에 대한 신뢰도가 급격히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텍사스대는 일부 트레이더들이 선물 가격 조작을 위해 S&P500 옵션 거래를 악용한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WSJ는 “조작의 증거가 나오면 수십년간 헤지(위험회피) 수단으로 활용되던 VIX의 오점이 드러나는 셈”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