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만간 전국 세븐일레븐 편의점에서 플라스틱병에 담긴 와인을 저렴한 가격에 살 수 있게 됩니다. 누구나 와인 한잔이 생각날 때면 쉽게 즐길 수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
박성수(사진) 몬도델비노코리아 대표는 14일 “와인이 전 세계 시장에서는 작은 비중을 차지하는데 한국에서 글로벌 주류회사들이 엄청난 이윤을 내는 아이러니가 안타까웠다”면서 “와인 가격의 거품을 빼고 누구나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술로 자리 잡게 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그는 “록밴드 공연을 보러 온 관객들이 흥겨운 록음악에 몸을 흔들며 와인을 맥주처럼 들이켜는 모습, 상상만 해도 즐겁지 않으냐”며 이달 말로 예정된 이색공연 계획도 소개했다. 이달 말 홍대 근처라이브클럽에 인디 록밴드 다섯 팀을 초청해 공연을 열 예정인 그는 공연장에 입장한 모든 관객에게 플라스틱병에 담긴 몬도델비노 와인을 무제한으로 제공할 계획이다. 그는 “우리나라에서는 와인이라고 하면 클래식이나 재즈 같은 격식 있는 공연이나 사교모임에 어울릴 법한 ‘어려운 술’이라는 이미지가 강하지만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언제든지 마실 수 있는 ‘친구 같은 술’에 가깝다”고 강조했다.
와인 애호가들에게는 다소 파격적일 수 있는 이런 캐주얼한 이벤트를 기획한 것도 ‘와인은 누구나 즐길 수 있어야 한다’는 평소 그의 철학을 전파하기 위해서다. 그는 “와인은 종류에 따라 수천만원을 호가하는 프리미엄 제품도 있지만 미국이나 유럽의 일반대중에게는 장소 구분 없이 언제든지 마실 수 있는 저렴한 와인이 많이 팔린다”면서 “하지만 국내에서는 유독 와인이 고급술로 인식돼 많은 사람이 즐기지 못하는 상황을 바꿔보고 싶다”고 말했다.
박 대표의 유쾌한 반란은 그의 특이한 인생경로와도 관련이 깊다. 미국에서 로스쿨을 졸업한 뒤 변호사 자격증을 따고 국내 통신 대기업 법무팀에서 근무했다. 이어 중견로펌으로 이직해 국내 기업의 해외 진출을 컨설팅하는 전문 변호사로 활동하다 다시 글로벌 위스키 제조업체로 옮겨 법무팀에서 일했다. 그는 “겉으로 보면 직장을 옮길 때마다 변호 업무를 한 것 같지만 실상은 기관이나 기업들을 대상으로 영업을 주로 해왔다.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면서 술을 알게 됐고 결국 술과 관련된 사업을 하게 됐다”면서 미소를 지었다. 그가 회사를 설립하기 직전까지 다녔던 글로벌 주류업체에서의 생활은 그를 ‘와인의 세계’로 끌어들였다. 지난 2015년 대중적 와인을 표방한 몬도델비노를 우연히 접하게 됐고 한국 자회사 설립으로 이어진 것이다.
1991년 이탈리아에서 설립된 몬도델비노는 역사는 짧지만 ‘더 좋은 품질, 더 좋은 가격, 더 좋은 서비스’를 모토로 급성장 중인 와인 생산 그룹이다. 이탈리아 전역에 와이너리 다섯 곳을 소유했으며 연간 5,000만병 이상의 와인을 생산해 전 세계 60여개국에 수출하고 있다.
박 대표는 “가격이 높아야 잘 팔리는 한국 시장과 적절히 타협했다면 얼마든지 출고가를 올려 판매했을 것”이라며 “하지만 그렇게 해서는 와인 문화를 바꿀 수 없다고 판단해 가격의 거품을 확 뺐고 우리의 유쾌한 반란을 기점으로 우리나라에서도 와인을 캐주얼하게 즐길 수 있는 문화가 정착되기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