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지난해 미국에 711억6,406만달러어치를 수출하고 48억7,664만달러를 수입했다. 미국 입장에서는 228억8,742만달러 적자였다. 지난 2016년 대비 17.27% 줄어든 수치다. 정부는 의도성을 부인하지만 미국의 통상압력을 피하기 위한 일종의 선물이었다. 정부 내에서도 “흑자폭을 17%나 줄여 다행”이라는 말이 흘러나왔다.
다른 나라의 실적은 어땠을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이후 우리나라와 일본·중국·독일 등 주요 무역적자국을 대상으로 으름장을 놨다. 캐나다와 멕시코와는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폐기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상식대로라면 이들 국가도 흑자폭을 줄이는 게 맞지만 현실은 거꾸로였다.
20일 기획재정부와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과의 교역 상위 20개국을 분석해본 결과 2016년 기준 대미 무역흑자를 낸 국가는 총 11개였다.
이중 캐나다는 2016년 121억달러 대미 흑자에서 지난해에는 175억달러로 무려 44%나 흑자폭이 증가했다. 멕시코도 631억달러에서 710억달러로 흑자가 늘었다. 중국은 3,470억달러에서 3,752억달러로 8.1%나 불었다. 대만은 무역 흑자폭이 26%나 커졌고 스위스도 4.6% 증가했다. 이탈리아도 284억달러 흑자에서 316억달러 흑자로 1년 새 11.1% 불어났다.
일본과 독일은 사실상 제자리걸음이었다. 일본은 -0.13%, 독일은 -0.94% 감소에 그쳤다. 지난해 일본과 독일의 대미 무역흑자는 각각 688억달러와 642억달러에 달한다. 프랑스(-3.2%)도 소폭 축소 수준이었다.
우리나라는 -17%로 대미 무역 흑자국에서 가장 많이 흑자폭을 줄였다. 같은 기간 벨기에나 아랍에미리트연합(UAE)처럼 미국의 흑자폭이 줄어든 사례도 있지만 여전히 미국이 흑자를 내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와는 상황이 다르다. 결과적으로 우리나라는 미국에 가장 성의를 보였음에도 무역법 232조 적용 국가에 포함된 것을 비롯해 세탁기·태양광 긴급수입제한조치 적용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개정 협상 등 미국의 무차별적인 통상압력을 받고 있는 셈이다. 정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무역흑자 감소폭을 보면 우리는 모범생인데 모범생을 이렇게 때리면 다른 나라들이 무슨 교훈을 얻겠느냐”며 “무역흑자가 되레 늘어난 국가들은 무역법 적용 대상에서 빠지고 우리를 넣은 것은 아무리 봐도 부당한 처사”라고 강조했다.
/세종=김영필기자 susopa@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