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소득보다 빚이 1.6배 더 빨리 늘면서 가계가 감당하기 힘든 빚 증가세는 계속됐다. 이대로면 올 상반기 가계 빚이 1,500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 신용대출이 대부분인 기타대출이 역대 최대로 불어나면서 금리 인상기 빚 부담 가중에 대한 우려도 남겼다.
22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7년 4·4분기 가계신용’에 따르면 지난해 말 가계부채 잔액은 1,450조9,000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1년 전보다 108조4,000억원(8.1%) 늘어난 것으로 2015~2016년 평균 11.3%였던 가계부채 증가율이 3년 만에 한자릿수로 떨어졌다. 특히 정부의 각종 부동산대책 영향에 은행 주택담보대출 증가액(21조6,000억원)은 전년(40조8,000억원)의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하지만 연간 증가액이 100조원을 넘어서면서 가계 빚이 폭증하기 이전인 2006~2014년(연평균 60조3,000억원)에 비하면 여전히 증가세가 가팔랐다. 가처분소득 대비 과도한 증가세도 그대로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가구 평균 가처분소득 증가율은 5% 수준으로 추정된다. 가계 빚이 가처분소득보다 1.6배 빠르게 늘어난 것이다. 한은 관계자는 “소득으로 갚을 수 있는 것보다 훨씬 과다하게 빚이 늘었다”고 평가했다.
주택대출 증가세가 잡히자 신용대출·마이너스통장 등 기타대출이 역대 최대로 급증한 것도 우려 요인이다. 지난해 은행 기타대출 증가액은 21조6,000억원으로 전년(12.9%)보다 67% 늘었다. 잔액과 증가폭 모두 2006년 통계 집계 이후 역대 최대다. 기타대출은 주담대에 비해 이자율이 높아 금리 상승에 따른 부담도 더 큰 만큼 금리 인상기 차주의 부실 우려가 더 커질 수 있다.
기타대출 급증에는 손쉬운 신용대출 경쟁에 불을 붙인 인터넷전문은행(5조5,000억원) 출범에 더해 주택대출 규제에 따른 ‘풍선효과’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한은 관계자는 “소비심리 개선에 따른 자금 수요 증가, 주택거래·입주 관련 부대비용 수요, 월세·상가 임대료 상승 등이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며 “암호화폐 투자 여부는 파악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속도라면 올해 상반기 가계부채가 1,500조원에 육박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금융당국은 올해 가계부채 증가율을 연 6% 수준에서 관리하겠다는 목표인데 이를 맞추려면 연간 증가 규모를 87조원 수준에서 묶어야 한다. 정부 목표에 따라 상반기 가계 빚이 그 절반가량인 45조원만 늘어도 1,500조원에 근접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