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 세종병원 화재 참사를 수사 중인 경찰은 경남 밀양 세종병원 화재 당시 비상발전기를 켜야 할 의무가 있는 당직자가 제 때 가동하지 않았다고 발표했다. 비상발전기가 작동됐다 해도 인공호흡기에 의지한 중환자 등에게 필수 전력을 공급할 수 있었을 지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의견을 내놨다.
세종병원에 비치된 비상발전기는 지난 2008년 병원 허가 과정에 필요한 소형 발전기를 설치했다가 2011년께 관할 밀양시 보건소의 지적을 받고 교체한 것이다. 하지만 이 역시 용량이 22㎾에 불과한 2백만원 상당의 중고 제품인 것으로 밝혀졌다.
사고 불과 한 달여 전인 지난해 12월 세종병원이 대행업체를 통해 한 전기설비 점검에서는 배선, 배분전반, 배선용 차단기, 개폐기, 조명설비 등 각종 전기설비에 대해 ‘적합’ 판정을 내려져 부실점검 의혹도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비상발전기 운영 매뉴얼도 무용지물이었다. 비상발전기를 비롯한 전기안전은 병원이 별도의 자체 안전관리 책임자를 지정하고 있지 않았다. 주간에는 원무과, 야간에는 당직자가 책임지고 발전기를 관리하게 했다.
발전기 수리, 수배전반, 운전반제작, 유지보수 전문 동방엔지니어링 박상민 대표는 “최근 발생한 화재참사는 정부와 국민의 안전불감증이 빚어낸 예견된 인재였다”며 “일정 규모 이상의 건물에는 비상용 자가발전기 설치가 의무화돼 있지만 의무 규정으로 설치된 곳 조차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은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관련 법규의 허점을 지적했다. 엘리베이터나 소방설비와 같은 당장 눈에 보이는 부분들에 대한 점검은 의무화하면서 정작 화재나 정전 시 이를 가동하기 위해 필수적인 비상발전기에 대한 점검은 느슨하다. 소방법에 제약을 받지않는 제천 밀양과 같은 건축물은 비상발전기를 설치했다 하더라도 용량이나 규모 등 구체적인 기준이 없고 이를 관리한 전문인력 역시 제대로 갖추고 있지 않아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것.
시민들의 의식 개선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병원의 인테리어나 아파트 단지 내의 편의시설과 같은 곳에 투자는 아끼지 않으면서 비상발전기 설비와 유지 보수에는 인색하다”며 “당장 눈에 보이는 이익이 없다고 화재나 정전 시 필수인 비상용 발전기에 대한 투자는 하지 않는 것은 자신의 생명을 담보로 내놓는 셈”이라고 주장했다.
비상발전기 등의 전기시설 유지보수 관리를 위해 상주하고 있는 전기기사 엔지니어들에 대한 인식 개선과 전문성도 강화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일각에서는 엔지니어들이 본업에 집중하기 보다는 주택관리 업무로 내몰리고 있다. 전기기사 자격증 취득을 위한 교육도 실무와는 거리가 있어 현장에서 적용가능한 실질적인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
비상발전기, 수배전반 전문가인 박 대표는 비상발전기 관리자들의 전문성을 강화하고 화재, 정전 등 비상사고로 인한 피해하기 위해 팔을 걷어 부쳤다. 지난 23일 용산문화원에서 열린 광인산업 관리소장협의회 정기총회에서 해당 소속 공동주택 관리소장을 대상으로 비상발전기 관리 지침에 대한 안전 교육을 실시한 것. 이날 강연에서는 비상발전기 동하절기 관리법부터 고장 시 응급 조치 요령을 소개하고 관리 소홀 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을 통해 비상발전기 유지 보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지난 23년 여간 엔지니어로 활동하며 아파트나 빌딩 등에서 비상발전기 관리를 하고 있는 소장 및 관리자들과 교류하면서 이들이 필요로 하는 정보가 무엇인지 알게 됐다”며 “관리 업체에서 제공하는 교육은 턱없이 부족해 현장에서 유용한 비상발전기 관리 노하우가 필요하다는 피드백을 받아 이번 강연을 진행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비상발전기는 화재나 재난 시에 인명 사고를 줄이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생명줄과 같은 필수 설비”라며 “전기기사 엔지니어를 비롯한 관리자들이 자신의 업무에 대한 역량을 키우고 책임감과 자긍심을 가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동호 기자 dongho@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