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삼성전자(005930)의 화성 EUV(Extreme Ultra Violet·극자외선) 파운드리 라인 착공은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 1위인 대만 TSMC 추격을 본격화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삼성전자 내부적으로는 파운드리 사업 경쟁력을 현재 세계 1위인 D램·낸드 등 메모리 반도체 수준까지 끌어올려 메모리와 비메모리 사업의 균형을 맞추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메모리에 이어 파운드리 사업에서도 세계 1등에 올라서겠다는 전략이다.
시장 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전 세계 파운드리 시장 1위는 점유율 55.9%를 확보한 대만 TSMC다. 글로벌 파운드리(9.4%)와 UMC(8.5%), 삼성전자(7.7%), SMIC(5.4%) 등 2~5위 업체 점유율을 합한 것보다 많을 정도로 압도적인 시장 지위다. 양대 파운드리 고객사인 애플과 퀄컴 물량을 TSMC가 대부분 확보했다.
한때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고객사였던 애플은 20나노 공정부터 TSMC에 물량을 맡겼다. 이후 삼성전자가 일부 물량을 가져오기는 했지만 애플은 여전히 TSMC의 주요 고객사로 남아 있다. 또 다른 대형 고객사이자 세계 최대 통신칩 업체인 퀄컴 역시 7나노 파운드리 초기 물량을 TSMC에 맡겼다. 삼성전자로서는 양대 파운드리 고객사를 모두 TSMC에 내준 것과 마찬가지다.
하지만 본격적인 7나노 이하 초미세 파운드리 공정 영역에서는 얘기가 다르다는 게 삼성전자 생각이다. 자신감의 배경에는 EUV가 있다. EUV는 7나노 이하 미세공정에 필요한 장비로 보다 세밀한 회로 구현을 가능하도록 해준다.
삼성전자와 달리 1위 TSMC는 이머전 불화아르곤(ArF) 노광 장비를 활용한 7나노 공정을 밀고 있다. 똑같은 7나노지만 삼성전자는 EUV를, TSMC는 ArF 광원을 활용하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EUV가 ArF보다 세밀한 회로를 구현하는 데 적합하다고 본다. TSMC도 7나노 공정을 주장하지만 ‘진정한 7나노’는 EUV를 통해서만 비로소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만큼 높은 기술력도 필요하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5월 세계 최초로 EUV 기술을 적용한 7나노 파운드리 공정을 선보였고 올해까지 기술 개발을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반도체 산업은 공정 미세화를 통해 집적도를 높이고 세밀한 회로를 구현하며 반도체 성능과 전력 효율을 향상시켜왔다”면서 “보다 세밀한 회로 구현에는 기존 ArF 광원보다 파장이 짧은 EUV 장비 도입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삼성전자가 7나노에서 TSMC로 향했던 퀄컴과 EUV 기술 적용을 위한 연구개발(R&D)을 지속하고 이를 적용한 5세대(5G) 통신칩을 공동 개발하기로 했다. 퀄컴의 5G 칩이 삼성전자 7나노 파운드리 공정을 통해 생산된다고 볼 수 있다. 이번에 첫 삽을 뜬 화성 EUV 라인이 TSMC 맹추격의 발판을 마련해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EUV 기술이 본격 상용화되면 성능과 전력효율 개선은 물론 회로 형성을 위한 공정 단계가 줄어들어 생산성도 획기적으로 올라간다”고 강조했다.
화성 EUV 라인 투자를 비롯해 파운드리 사업 자체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5월 시스템LSI사업부 내에 있던 파운드리 사업팀을 별도 사업부로 독립시켰다. 지난해 11월에는 부사장급이던 정은승 파운드리사업부장이 사장으로 승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