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이너 경력을 활용해 경찰에 맞춤화된 의복과 장비를 지원하는 ‘경찰 서포터’가 되고 싶습니다.”
아웃도어 업계에서 잘나가던 14년 차 디자이너가 경찰관으로의 변신에 성공했다. 주인공은 새내기 경찰관인 윤설화(42) 순경. 윤 순경은 유명 아웃도어업체 수석디자이너 출신이다. 그는 선배 경찰관인 남편의 권유로 경찰관에 도전하게 된 경우다. 윤 순경은 자신의 특기를 살려 국민을 위해 일할 수 있다는 생각에 화려한 패션디자이너의 삶 대신 경찰관에 도전하게 됐다고 한다.
23일 충북 충주 중앙경찰학교에서 292기 졸업식이 열렸다. 윤 순경을 포함한 292기 경찰관 1,453명(여경 139명)은 34주간의 교육을 마치고 전국 치안현장에 배치됐다. 윤 순경은 특기를 살려 경찰청 정보화장비정책관실에 배치됐다. 대한민국 경찰관의 제복과 장비를 총괄하는 업무를 담당한다. 윤 순경의 목표는 세계 최고의 경찰 복장 전문가다. 그는 “디자이너 경력을 활용해 경찰복제와 착용장비 분야에서 세계 최고가 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졸업생들 가운데는 디자이너·모델 등 다양한 경력을 가진 경력 채용자 88명이 포함돼 눈길을 끌었다. 엄진영(34) 순경도 이색 경력을 가진 졸업생이다. 패션모델 경력 8년 차인 엄 순경은 182㎝의 큰 키로 고등학생 때부터 모델로 활동했다. 엄 순경은 어려서부터 경찰관이 꿈이었다. 경찰이 되려고 대학에서도 법학을 전공했으며 경찰관의 꿈을 버리지 못하고 몇 번의 도전 끝에 경찰관이 됐다. 엄 순경은 “이제는 모델 엄진영이 아닌 강력범죄를 소탕하는 형사 엄진영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할아버지·아버지에 이어 아들까지 3대가 경찰 제복을 입게 된 사례도 있다. 임승용(27) 순경은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영향으로 어려서부터 경찰관을 꿈꿔왔다. 임 순경은 “아버지가 6세 때 교통사고로 순직하면서 교통경찰을 천명으로 여기고 졸업 후 늘 경찰관이 되겠다는 꿈을 꿔왔다”고 말했다. 의무경찰 복무 중 강도강간 등 32건의 사건을 해결한 ‘체포왕’도 경찰관이 됐다. 양석진(27) 순경은 “의경 복무 당시 다수의 표창을 받은 만큼 준비된 형사로 강력사건으로부터 국민을 완벽하게 지키는 현장에 강한 경찰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이외에도 친형제가 나란히 경찰관이 된 박창민(29)·박병호(26) 순경과 8년 동안 19전20기로 합격한 정지원(37) 순경 등 다양한 이색 경력자들이 경찰관으로 현장을 지키게 됐다. 이철성 경찰청장은 “경찰의 존재 이유는 오직 국민에게 있음을 명심하고 대한민국 경찰로서의 자부심과 긍지를 갖고 국민을 보호하고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어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