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금리 인상 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전망되면서 한국은행의 통화정책 셈법도 더 복잡해지고 있다. 27일 열릴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기준금리 동결 결정이 유력하지만 문제는 그다음이다. 미국이 물가 상승세를 따라 3월부터 금리 인상 속도를 높이면 한미 간 기준금리 역전폭이 감내하기 어려운 수준까지 커질 수 있어서다. 국내 경기 여건이 무르익지 않은 상태에서 한은도 미국에 발맞춰 금리 인상 시기를 앞당길 수밖에 없다는 전망도 나온다.
25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금융투자협회가 8∼13일 채권 관련 종사자 1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 93%는 이번 달 한은의 금리 동결을 전망했다. 경기회복 불확실성과 1,450조원을 돌파한 가계부채 부담이 근거다. 한은이 적극적으로 금리를 올릴 수 있을 만큼 경기와 물가의 흐름이 안정적이지 않다는 얘기다. 앞으로의 전망도 밝지 않다. 예상을 뛰어넘는 미국의 보호무역 공세와 한국GM의 군산공장 폐쇄 등으로 우리 경제의 불확실성은 더 높아졌다.
이렇게 국내 경기만 보면 쉽지 않은 상황인데도 시장은 한은의 금리 인상 시점이 오히려 앞당겨질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하반기가 유력하다는 전망에서 벗어나 5월 인상 의견이 하나둘씩 나오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영향이 크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스케줄이 빠듯해지면서 우리나라도 인상 시기가 예상보다 앞당겨진 5월이 유력하다”며 “각국 중앙은행이 통화 완화 기조를 정리하는 단계에 있어 한은 역시 금리를 올리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의 올해 금리 인상 횟수 전망은 2~3회에서 3~4회로 옮겨가고 있다. 인상 속도 기대도 가팔라졌다. 블룸버그 조사에 따르면 연준의 세 번째 인상 시점은 당초 12월에서 최근 9월로 앞당겨지고 있다. 미국의 물가 상승세가 가시화되면서 연준이 예상보다 빨리 금리를 올릴 수 있다는 관측이 확산됐다. 여기에다 한미 간 기준금리 역전은 당장 다음달 가시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달 한은이 금리를 동결(연 1.5%)하고 미국이 다음달 인상(연 1.5~1.75%)하면 미국의 기준금리 상단이 한국보다 높아진다. 미국 채권시장에 반영된 3월 연준의 금리 인상 확률은 99%다.
문홍철 DB금융투자 연구원은 “한은으로서는 한미 간 금리 역전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데다 부동산 가격 상승세, 가계부채를 잡기 위해 조기 금리 인상을 고려할 것”이라며 “저금리가 문제라는 여론도 있어 6월 지방선거 직전이라는 점도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