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2015년 옛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겨냥해 지난해 말 변경한 ‘순환출자 가이드라인’을 예규로 제정해 최종 확정했다. 공정위의 바뀐 해석에 따라 삼성그룹은 8월26일까지 삼성SDI가 보유한 현 삼성물산 주식 5,400억원어치(404만주)를 모두 팔아야 한다.
공정위는 지난해 12월21일 변경하기로 발표한 ‘합병 관련 순환출자 금지 규정 해석지침’을 예규로 제정했다고 26일 밝혔다. 이에 따라 법적 구속력을 갖춘 공정위의 새 유권해석은 이날부터 시행에 들어간다.
이번에 예규로 지정된 새 순환출자 가이드라인은 공정위가 지난해 12월21일 변경한 내용이 그대로 반영됐다. 국무조정실은 이 예규가 사전규제심사 대상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판단했고 이해관계자 의견수렴 과정에서도 이의가 없었기 때문이다. 공정위에 따르면 이해관계자 의견 수렴 과정에서 공정위가 삼성을 비롯한 57개 공시대상기업집단에 입장을 물었으나 돌아온 의견은 없었다.
앞서 지난해 12월 공정위는 2015년 12월24일 처음 제정한 순환출자 가이드라인 중 ‘순환출자 고리 내 소멸법인과 고리 밖 존속법인의 합병’에 대한 판단을 번복했다. 2년 전 첫 가이드라인 제정 시에는 이를 순환출자 ‘강화’에 해당한다고 봤지만 지난해 12월에는 순환출자 ‘형성’이라고 정정한 것이다. 이에 따라 앞으로 계열사간 합병 과정에서 순환출자 고리 밖에 있던 법인이 순환출자 고리 안 법인과 합칠 경우 계열출자회사는 합병된 법인의 주식을 단 한 주도 보유해선 안 된다.
공정위는 이렇게 바뀐 해석을 과거 (구)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에도 적용했다. 삼성SDI가 2015년 합병으로 확보한 (신)삼성물산 주식 904만주 가운데 이미 처분을 명령한 500만주에 더해 404만주를 추가 처분해야 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공정위가 바꾼 순환출자 해석기준이 예규로 제정·시행됨에 따라 공정위가 바꾼 해석도 법적 근거를 갖추게 됐다. 공정위는 이날 삼성그룹에 변경된 유권해석 결과를 통보하고 6개월의 유예기간을 부여했다. 이에 따라 삼성SDI는 오는 8월26일 자정까지 (신)삼성물산 지분 404만2,758주(23일 종가 기준 5,417억원어치)를 모두 매각해 순환출자 고리를 끊어야 한다.
삼성이 유예기간이 지나도록 주식을 매각하지 않으면 공정위의 제재를 받게 된다. 공정거래법상 시정조치와 과징금에 형사처벌까지 받을 수 있다.
삼성그룹이 공정거래법상 순환출자를 해소하려면 삼성전자→삼성SDI→(신)삼성물산→삼성전자로 이어지는 고리 중 어느 것을 끊어도 상관 없다. 삼성전자가 보유한 삼성SDI 지분을 팔거나 (신)삼성물산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을 팔아도 된다는 얘기다. 하지만 매각 부담은 삼성SDI가 가진 (신)삼성물산 주식을 파는 것이 가장 적다.
신봉삼 공정위 기업집단국장은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소속 회사 간 합병이 발생하는 경우 이번 예규에 따라 공정거래법을 집행할 계획”이라며 “합병이 예정된 기업집단은 예규를 충분히 숙지해 법 위반이 발생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