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CEO&STORY] 권지원 대표 "대기업 위주 영화시장 불합리..공정한 생태계 만드는 '나비' 돼야"

■권지원 리틀빅픽쳐스대표

대형 배급사 불공정 관행 깨려

제작사 7곳 공동출자해 설립

배급사가 저작권 영구 소유 아닌

원작자에 되돌려주는 계약 도입

극장·배급사 수익배분도 불합리

美처럼 슬라이딩 배급시스템 필요

독립영화 등 다양한 작품 배급 노력

다른 회사에서도 자리 잡아나가길

권지원 리틀빅픽처스 대표./이호재기자.권지원 리틀빅픽처스 대표./이호재기자.


“지금 영화 배급 시스템이 대기업 위주로 돌아가고 있는데 사실 이 회사들은 대형 멀티플렉스 영화관까지 가지고 있거든요. 이 때문에 불합리한 계약조건이나 관행들이 생겨났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불공정한 관행을 깨고 공정한 유통구조와 시장질서·거래환경을 만들고 싶어 배급사를 세우게 됐습니다.”

2013년 대형 배급사들의 불공정한 관행들을 깨기 위해 7개 제작사가 공동으로 출자해 설립한 투자 배급사 리틀빅픽쳐스. 오늘도 스크린독과점에 맞서 다양한 영화를 배급하려 동분서주하는 리틀빅픽쳐스의 권지원 대표를 서울 용산구의 본사에서 서울경제신문이 만났다.


권 대표는 문화의 다양성을 강조했다. 누구나 공정한 환경 아래서 새로운 기회에 도전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만큼 배급사를 쉽게 구하기 힘들어하는 저예산영화·다큐멘터리·독립영화 등을 배급하는 데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물론 흥행은 쉽지 않았다. 투자 심의가 끝난 영화가 갑자기 엎어지기도 하는 상황이 이어지며 직원들은 지쳐갔다. 그럼에도 그가 영화 배급을 포기하지 않은 것은 불공정한 관행을 고쳐야 영화의 다양성이 높아진다는 신념 때문.

“지금 영화계에서 가장 큰 문제 중 하나가 제작사와 투자배급사 간의 수익 배분 문제, 창작자에 대한 저작권 문제, 그리고 수직계열화에 따른 계열사 간 스크린 독점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새로 진입하는 이들에게 높은 장벽을 치고 제작사와 창작자에게 노력에 대한 대가를 정당하게 주지 못하니까 업계 내 양극화가 더 심해지고 다양성이 줄어들고 있는 것이지요.”

권 대표는 우선 저작권 문제부터 손봤다. 창작물에 대한 저작권 자체를 영구히 소유하는 타 회사들과 달리 리틀빅픽쳐스는 투자에서 정산까지 걸리는 5년 이후에는 저작권을 원작자에게 돌려주도록 계약을 맺었다. 그는 “창작물은 창작자가 소유하고 저희는 이 창작물을 활용해 수익을 낼 뿐”이라며 “유통회사인 영화배급사가 저작권을 영구히 소유하는 건 과도하다”고 강조했다.

극장과 배급사 사이의 수익 배분 방식에도 권 대표는 의문을 제기했다. 현재는 관객이 낸 영화관람료에서 영화발전기금과 부가가치세를 제외하고 남은 금액을 극장과 배급사가 반씩 가져가는 구조인데 이 배분구조도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입장료를 일괄적으로 반씩 배분하는 현 구조가 배급사의 경쟁력을 악화시킨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극장은 플랫폼을 제공하는 셈인데 이 플랫폼을 통해 광고료도 받고 매점도 운영하며 수익을 얻고 있거든요. 그런데 입장료까지 절반이나 가져가면 투자자들을 모으고 배급을 맡은 저희 같은 입장에서는 약간 불합리하다고 느껴지기도 하죠. 게다가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제작비는 점점 더 상승할 수밖에 없는 현 상황에서 지속 가능한 경영은 요원해보이기도 합니다.”

그는 미국의 슬라이딩 배급 시스템 도입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미국은 배급사와 극장이 개봉 초창기에는 7대3으로 수익을 나누고 상영기간이 늘어날수록 극장의 몫이 늘어나도록 조정한다. 이를 통해 최소한의 상영기간을 보장하면서 영화배급사에도 어느 정도 수익을 보장한다는 것이다. 영화가 실제로 개봉하기 전까지 흥행 여부를 장담할 수 없는 만큼 슬라이딩 배급 시스템을 통해 배급사와 제작사의 위험 부담을 조금이라도 덜어주는 게 요지다.


권 대표는 이런 불공정한 관행이 왜 바뀌지 않는지도 언급했다. 수직계열화의 문제와 통한다는 것이다. 시장점유율이 큰 회사에서 이런 불합리한 수익 배분 구조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행동에 나서면 충분히 바뀔 수 있는데 이 회사들이 대형 멀티플렉스 영화관도 소유하고 있으니 문제를 제기할 필요 자체가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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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영화관을 소유한 배급사에 이 문제는 같은 회사 간 수익 배분 싸움일 뿐이에요. 굳이 문제를 제기할 필요가 없는 것이지요. 대기업이 영화계에 진출하고 영화를 산업화하며 산업 전반이 투명해지고 투자도 늘어났다는 장점도 있지만 이 때문에 불공정한 관행이 생기더라도 입을 열지 못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점유율이 높은 대기업들이 움직여줘야 목소리도 더 커질 텐데 그들은 지금 전혀 움직이지 않거든요.”

권 대표는 스크린 독점 논란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배급사와 영화관의 수직계열화로 인해 각 영화관의 계열사에서 배급하는 영화로 스크린을 채우는 밀어주기 관행 때문에 생긴 논란이라고 털어놓았다. 그는 “일주일에 20~30편씩 새로운 영화가 개봉하는 상황에서 스크린도 몰아주고 좋은 길목에 영화 포스터를 배치해 홍보하면 중소 배급사가 당해낼 재간이 없다”고 강조했다. 출발선부터가 다르다는 것이다.

그는 수직계열화된 배급사와 영화관에 대한 쿼터 적용을 제안했다. 마치 외국영화에 대한 스크린쿼터가 한국영화가 자생할 수 있는 시간을 벌어줬던 것처럼 중소배급사를 위한 최소한의 시간과 쿼터를 통해 상생 성장, 지속 성장의 밑거름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음원 같은 경우는 노래가 좋으면 2~3년 뒤에도 역주행을 합니다. 하지만 영화는 불가능하죠. 최소 기간조차 보장이 어렵거든요. 지금도 1주일을 최소 상영기간으로 하지만 오전7시에 50석짜리 작은 상영관에서 상영해버리면 끝이에요. 물론 영화에서도 입소문에 따라 역주행도, 드롭도 생겨요. 하지만 이는 정말 1년에 몇 번씩만 있는 특수한 경우지 일반적으로는 영화관이 밀어주느냐 마느냐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고 느낍니다. 스크린 독점 논란도 몇 년째 지속적으로 제기되는데 이 역시 철저한 시장논리 때문이에요. 예술의 다양성을 위해 최소한의 규제는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아이캔스피크’의 흥행 성공이 이런 불공정한 관행을 바꿀 수 있을까. 권 대표는 웃으며 아직 한참 남았다고 밝혔다. 그는 “모회사도 없고 자본금 5억원이 전부이다 보니 항상 어렵다. 영화가 흥행에 실패하면 더 힘들다”고 토로하면서도 “그래도 꾸준히 버티다 보니 지난해에는 매출 170억원에 영업이익 12억원을 낸 회사가 됐다”고 웃었다.

“아직 리틀빅픽쳐스의 시장점유율이 2~3%밖에 안 돼요. 겨우 숨통을 튼 정도죠. 아이캔스피크도 그 시즌 영화 중 4위를 한 것뿐입니다. 그래도 공정하게 하는 회사의 시장점유율이 높아지고 조금 더 힘이 세지면 업계가 바뀔 수 있다고 믿습니다. 마치 나비효과처럼 다른 회사에도 이런 문화가 퍼지고 ‘공정’이라는 관행이 자리를 잡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He is...△1977년 대전 △2003년 동국대 생명자원과학부 졸업 △2003~2008년 쇼박스 미디어플랙스 배급팀 △2008~2013년 인앤인픽쳐스 프로듀서 △2010~2014년 미디어데이 대표 △2014~2015년 리틀빅픽쳐스 영화사업부장 △2015년 2월~ 리틀빅픽쳐스 대표이사 △2015년 8월~ 부산영상위원회 운영위원

우영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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